현상과 원인을 분리하는 용기

2026 All-Day-Project (129/365)

byJamin

도넛을 사는 농부의 문제 정의법

서론: 농부가 씨앗을 고르는 법

1장. 아이디어는 유혹이다 – 문제로 치환하라

2장: 현상과 원인을 분리하는 용기 (이 글)

3장: 5 Why로 내려가고, JTBD로 다시 올라오기

4장: 문제를 이야기로 써라 - 문제 정의문의 서사 구조

5장: 문제를 쪼개라 - Zoom in/Zoom out



프롤로그: 잎이 노란 이유를 알기 전에


농부가 밭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콩 잎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보 농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 영양 부족이군. 비료를 줘야겠다.”


경험 많은 농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잎이 노랗군. 먼저 흙의 pH를 재보자.

물 빠짐은 어떤지, 해충은 없는지, 일조량은 충분한지. 일단 가능한 원인을 열어두자.”


무슨 차이일까요?

초보 농부는 현상(잎이 노랗다) 을 보고 곧바로 원인(영양 부족) 으로 도약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맞는 해결바카라(비료)을 바로 실행에 옮겼죠. 만약 진짜 원인이 물 빠짐 문제라면? 비료를 줘도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땅을 더 망칠 수 있습니다.


PM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매일 ‘현상’을 보면서도, 너무 빠르게 ‘원인’을 결론짓고, 그에 따른 ‘해결바카라’을 향해 달려갑니다.


개발자들이 일을 안 해서 그래.
디자인이 별로여서 그래.
고객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래


이 모든 것은 원인에 대한 가설 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가설을 마치 사실인 양 행동합니다.




1. 현상과 원인 사이의 경계


‘현상’은 관찰 가능한, 측정 가능한, 누가 봐도 같은 사실입니다.

‘원인’은 그 현상을 설명하는 추측, 가설,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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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아니야, 완료율 70%가 아니야”라고 반박할 수 없죠.


하지만 오른쪽은 전부 논쟁 가능합니다.

“개발자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요구사항이 모호했을 수도 있지 않나?”라는 반론이 항상 가능하죠.


그런데 우리는 자주 오른쪽을 마치 사실인 양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가설 위에 해결바카라을 쌓아 올립니다.

“개발자들이 게으르니까, 주간 보고서를 더 강화하자.”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2. PM이 현상과 원인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


이유 1: 원인부터 말하면 협력이 무너진다


“개발자들이 일을 안 해서 스프린트가 지연됐어.”

이 한 마디는 개발자와의 신뢰를 순식간에 깨뜨립니다. 상대방은 방어적으로 변하고,

문제 해결보다는 ‘누가 맞는지’ 싸우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반면, “스프린트 완료율이 3주 연속 70% 미만이야. 함께 원인을 찾아볼래?”

라고 말하면,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공유하게 됩니다.


이유 2: 성급한 원인 가설은 해결바카라을 편향시킨다


“회원가입 폼이 길어서 전환율이 떨어졌다”라는 가설 아래에서만 생각하면,

해결바카라은 ‘폼을 줄이는 것’으로 좁혀집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이 ‘가입 전에 제품 가치를 알 수 없어서’라면?

혹은 ‘소셜 로그인을 원하는데 없어서’라면? 엉뚱한 곳에 시간을 쓰게 됩니다.


이유 3: 현상은 공유 가능하지만, 원인은 개인의 해석이다


현상은 데이터로 남길 수 있고,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그 순간의 나의 관점과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마케터는 ‘메시지 문제’, 디자이너는 ‘UI 문제’,

개발자는 ‘성능 문제’라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이런 다양성은 나중에 ‘근본 원인 분석’ 단계에서는 자산이 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것이 진짜 원인이다’라고 단정해버리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게 됩니다.





3. 현상과 원인을 분리하는 실전 도구


도구 1: 현상 기록 매트릭스


매일/주간 회의 때, 다음 두 개의 리스트를 따로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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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누면, ‘원인’ 부분은 아직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됩니다.


도구 2: “나는 아직 모른다”는 문장 연습하기


“나는 아직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강함입니다.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사람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신뢰받습니다.


다음 문장들을 입 밖으로 내봅시다.

- “아직 원인은 분석 중이야. 지금까지 확인된 현상은 이거야.”

- “그것도 하나의 가능성이야. 다른 가능성도 함께 열어두자.”

- “데이터를 더 모아보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


도구 3: 5 Why의 변형 – Why 대신 What


전통적인 5 Why는 원인을 찾는 도구지만,

그전에 현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세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Why)

→ “발생한 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 (What)


예:

(Why)

왜 완료율이 떨어졌을까? →

(What)

완료율이 떨어지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나?

어떤 지표가 함께 움직였나?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했나?


Why는 원인 가설로 바로 점프하게 만듭니다. What은 현상에 집중하게 해줍니다.





4. 사례: 현상과 원인의 분리


사례 A) “QA가 너무 늦게 버그를 찾아요”

현상: “릴리스 직전에 발견된 치명적 버그가 지난 분기에 3건 있었음. 각각 평균 2일의 일정 지연을 초래함.”

원인 가설 (아직 미정):

- QA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 개발자의 단위 테스트가 부족해서?

- 요구사항 전달이 불명확해서?

- 버그 추적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현상만 공유하면, 팀 전체가 “아, 그렇구나, 함께 원인을 찾아보자”고 할 수 있습니다.


사례 B)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어려워해요”

현상: “온보딩 과정에서 3단계 중 2단계에서 60%가 이탈함. 고객 CS 문의 중 ‘사용법’ 관련이 45%.”

원인 가설 (아직 미정)

- UI가 직관적이지 않아서?

- 도움말이 부족해서?

- 제품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 고객 교육이 부족해서?


이 현상만으로도 충분히 액션 가능합니다.

“일단 2단계에서 무엇을 묻고 있는지 분석해보자”와 같은 다음 스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5.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1. 오늘 하루 동안, 당신이 말하는 문장 중 ‘왜’가 들어간 문장을 모두 적어보세요.

예: “왜 기획서가 늦어졌지?” “왜 고객이 불만을 말했을까?”


2. 그 ‘왜’ 문장을 ‘무엇’ 문장으로 바꿔보세요.

“무엇이 늦어졌지? → 기획서 제출일이 원래 목요일이었는데 금요일이 되었음.”

“고객이 불만을 말한 순간의 구체적인 상황은 무엇인가? → 결제 직후 에러 메시지가 떴음.”


3. 하루가 끝날 때, 당신이 가진 ‘원인 가설’과 ‘현상’을 각각 리스트로 분리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원인 가설을 사실인 양 믿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이 작은 습관은, 당신을 ‘성급한 결론 내리는 PM’에서 ‘데이터에 겸손한 PM’으로 바꿔줍니다.





에필로그: 농부가 흙을 만지는 이유


농부가 잎이 노란 것을 보고도 바로 비료를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알기 때문입니다. 같은 현상이라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떤 때는 물 부족, 어떤 때는 물 과다, 어떤 때는 병충해, 어떤 때는 영양 불균형.

잎이 노랗다는 현상 하나만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흙을 만지고, 물을 확인하고, 해충을 찾습니다.


PM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프린트가 지연됐다”는 현상 하나만으로 “개발자가 게을러서”라고 결론 내리는 순간,

당신은 이미 농부가 아니라 점쟁이가 되어 있습니다.


진짜 농부는 말합니다.

“현상부터 기록하자. 원인은 그다음에, 함께 찾으면 된다.”


이것이 ‘도넛을 사는 농부’의 두 번째 성명절기입니다.



다음 장 예고:

3장에서는 ‘5 Why로 내려가고, JTBD로 올라오기’를 다룹니다. 근본 원인을 찾는 깊이와,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을 바라보는 높이, 이 두 축을 어떻게 오갈 것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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