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디자인하는 기술, 그 빛과 그림자
니르 에얄의 《훅(Hooked)》을 읽으며 나는 총 30여 개의 문장에 형광펜을 그었다. 단순히 흥미로운 구절들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문장들은 내가 그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왜 어떤 제품은 내 삶의 일부가 되고, 어떤 제품은 금방 잊히는가'에 대한 단서들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서평은 그 형광펜 문장들을 중심으로, 바카라의 핵심 메시지를 재구성하고 내 나름의 해석을 더한 기록이다.
습관은 두뇌가 손쉬운 방법을 택해
다음 할 일에 대해 더 이상 활발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때 만들어진다.
내가 이 문장에 형광펜을 그은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 설명이 '습관'이라는 현상을 가장 명료하게 정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만약 매 순간 모든 결정을 의식적으로 내려야 한다면 우리의 두뇌는 금방 피로해질 것이다. 습관은 두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만든 '지름길'이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자들의 정의를 인용하며 습관을 "상황 신호에 의해 유발되는 자동적 행동" 이라고 규정한다. 이 정의는 매우 중요하다. 습관은 의식적 사고 활동과 거의 무관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왜 그 행동을 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습관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카라을 읽으며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는 내 행동이 정확히 이 '자동적 행동'에 해당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람 소리(상황 신호)가 들리면 눈을 뜨기도 전에 손이 휴대폰으로 향한다(자동적 행동). 그 행동 뒤에는 '혹시 중요한 메시지가 왔을까?'라는 막연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약간의 고통이 유발된다면
그것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내게 습관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습관은 단순히 '자주 하는 행동'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행동이다. 에버노트의 '스마일 그래프'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한다.
에버노트의 CEO 필 리빈은 무료 사용자들이 유료 사용자로 전환되는 패턴을 '스마일 그래프'로 발표했다. 초기에는 사용 시간이 하락하다가,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급상승하는 곡선이었다. 놀라운 점은 42개월이 되자 무려 26%의 사용자들이 과거에 무료였던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다. 사용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에버노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에 도달했다. 그때부터 에버노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사용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나는 문득 '진통제'와 '비타민'의 비유가 떠올랐다. 저자는 상품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진통제 유형: 특정한 고통을 경감시키고 분명한 욕구를 해결한다. 정량화 가능한 시장이 있다.
비타민 유형: 분명한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않지만, 사용자의 심리적 측면에 호소한다.
에버노트는 처음에는 '비타민'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자신의 디지털 노트와 자료들을 점점 더 많이 저장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그것은 '진통제'로 전환되었다. 즉, 에버노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중요 정보가 흩어져 있을 것 같은 고통이 발생한 것이다.
바카라의 핵심은 '훅 모델'이라는 네 단계의 프레임워크다. 내가 그은 형광펜 문장들을 따라 이 모델을 재구성해보았다.
단계 1: 계기(Trigger)
습관을 형성시키는 첨단기술은 먼저
사용자들에게 행동 개시를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계기는 내부 계기와 외부 계기로 나뉜다. 외부 계기는 이메일, 알림, 문자메시지처럼 외부 환경에서 오는 신호다. 반면 내부 계기는 사용자의 내면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저자는 "감정이 강력한 내부 계기로 작용한다" 고 말한다.
내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5 Why 분석법'에 관한 대목이었다.
"특정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15번 정도 던지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에서 유래한 이 방법을 저자는 사용자 심리 분석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왜 페이스북을 확인하는가? "심심해서." 왜 심심한가? "할 일이 없어서." 왜 할 일이 없다고 느끼는가? "혼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표면적 행동 이면에 있는 진정한 내부 계기(외로움, 불안, 지루함 등)에 도달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열게 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찾아낸 내부 계기는 '슬롯적 고립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무언가 놓칠 것 같은 불안(FOMO, Fear Of Missing Out)이 나를 인스타그램으로 이끌고 있었다.
단계 2: 행동(Action)
모든 행동은
세 가지 핵심 동기유발 요인 중 하나에 의해 촉발된다.
즐거움 추구/고통 회피, 희망 추구/두려움 회피,
슬롯적 수용 추구/슬롯적 거부 회피가 그것이다.
포그 박사의 행동 모델(B=MAT)은 이 단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행동(Behavior)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계기(Trigger)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계기가 존재해야 하고
행동 발생에 필요한 사용자의 능력과
동기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저자는 단순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혁신의 핵심은 "의도에서부터 결과까지 일련의 활동들을 파악한 다음, 최대한 단순해질 때까지 그 단계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한 가지 선택해야 한다. 가급적 오랫동안 우리 주위에 존재해온 욕구일수록 좋다··· 그런 욕구를 파악한 후 현대의 첨단기술을 사용해서 복잡한 단계들을 제거해나가야 한다."
포그 박사가 제시한 '단순성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시간: 행동을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비용: 금전적 비용
육체적 노력: 물리적 노동력의 정도
정신적 노력: 사고와 집중력의 정도
슬롯적 일탈성: 타인들의 인식 정도
비일상성: 기존 일상과의 부합 정도
이 중 하나라도 장벽이 되면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 설계자는 이 여섯 가지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