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서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2026 All-Day-Project (239/365)

byJamin

안경선배 글을 다시 읽고 쓰다


영웅 서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조직이 진짜 필요로 하는 태도에 관하여



들어가며


조직은 오래도록 '영웅'을 갈망해왔다. 압도적인 재능으로 판을 뒤집는 인재, 한 번의 결정적 행동으로 팀의 운명을 바꾸는 구원자.


채용 공고는 언제나 이런 '게임 체인저'를 찾아 헤매고, 리더들은 누가 다음 스타가 될지 주목한다.


하지만 이 영웅 서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 하나를 가려버린다. 대체 누가 매일의 경기를 지탱하는가?


1. 재능의 크기보다 '적절함'의 가치


우리는 흔히 재능을 에너지의 크기로 본다. 뛰어날수록 좋고, 클수록 강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조직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면, '크기'보다 '적절함'이 더 자주 필요하다.


적절한 능력이란, 주어진 문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역량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지나치게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과제에 지루해하거나,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풀어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부족한 사람은 과제를 감당하지 못해 팀의 흐름을 끊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무가 '압도적인 재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상의 업무는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실행의 정확성이 창의성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이런 영역에서는 '딱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절한 사람은 과도한 기대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며,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2. '영웅'의 함정: 과도한 기대가 낳는 부작용


조직이 영웅을 원할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무엇일까?


첫째, 영웅은 자신의 '역할'에 갇힌다. 한 번 '해결사'로 낙인찍힌 사람은 모든 문제의 해결바카라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는 그가 가진 여유를 빼앗고, 실수를 두려워하게 만들며, 결국 더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게 한다.


둘째, 영웅 서사는 팀의 자발성을 저해한다. '누군가가 해결해주겠지'라는 기대가 생기면, 다른 구성원들은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문제 인식부터 해결까지의 전 과정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고, 나머지는 수동적으로 변한다.


셋째, 영웅은 실패를 용납받지 못한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수가 '평균적인 사람의 실수'보다 더 크게 평가된다. 이는 건강한 실험과 시도를 억누르고, 조직 전체의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


이 모든 부작용은 결국 조직을 '영웅 의존적 구조'로 만든다. 한 명이 모든 것을 바카라임지고, 나머지는 지켜보는 구조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카드하우스와 같다.


3. 작은 행운의 조건: 정보의 흐름과 우연한 기회


조직에서 '행운'은 결코 무작위로 발생하지 않는다. 행운은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은 행운'을 포착하는 능력이다. 큰 성공은 대개 여러 작은 성공들의 누적이다. 어떤 사람이 갑자기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 전에 많은 '거의 성공'과 '우연한 연결'이 있었다.


이런 우연을 포착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심리적 여유다. 바쁘고 쫓기는 상황에서는 우연을 알아챌 틈이 없다. 오늘의 할 일 목록에만 집중한 사람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신호를 읽지 못한다.


둘째, 수평적 네트워크다. 상명하달 구조에서 정보는 위아래로만 움직이지만, 우연한 기회는 옆으로, 대각선으로,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흐른다. 다양한 사람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그 연결의 접점에서 작은 행운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진다.


이 두 조건은 모두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더 잘 충족된다. 영웅은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지만, 적당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의존하며 정보를 교환한다.


4. 친절함은 조직의 인프라다


'친절함'은 종종 연성 스킬로 치부되거나, 예의 차원에서만 논의된다. 하지만 조직론적 관점에서 친절함은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내가 실수나 질문을 했을 때 부정적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가 갖춰지면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다

타인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다


친절함은 이 모든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기'와 같다. 한 명의 친절한 사람이 있으면, 그의 태도는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그가 없는 자리에서도 그가 남긴 분위기가 지속된다.


반대로 친절함이 결여된 조직에서는:


질문이 '무능력의 증거'로 해석된다

실패는 은폐되고, 그 실패에서 배울 기회가 사라진다

도움 요청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로 여겨진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런 조직은 표면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여도,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불안을 관리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실제 업무에 쓰이는 에너지를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5. 영웅이 아닌, '적당한 사람'들의 조직


그렇다면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은 무엇일까?


'영웅'들로만 구성된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재능은 오히려 조율하기 어렵고, 각자의 자존심이 충돌하며, 누군가는 반드시 빛을 보지 못한다. 반면 '적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팀은 더 유연하고, 더 오래 간다.


이런 팀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는 오늘의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내일은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 능력의 크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누가 이 문제에 더 적합한가'가 역할을 결정한다.


둘째, 성장이 강요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매일 성장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이는 오늘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여를 한다. 성장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평가의 기준이 다양하다. 누군가는 뛰어난 해결바카라을 내고, 누군가는 그 해결바카라이 실행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누군가는 작은 오류를 조기에 발견한다. 이 모든 행동이 똑같이 가치 있다고 인정될 때,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나가며: 영웅 서사를 내려놓는 용기


영웅이 되려 하지 말라는 것은, 무바카라임해지라는 뜻이 아니다. 반대로, 자신이 정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할 수 없는 일은 인정하며,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나서는 태도를 말한다.


이 태도의 핵심은 과도한 바카라임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동료에게 맡길 수 있다는 여유로. 그 여유가 오히려 더 나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신뢰를 쌓게 한다.


결국 조직은 누군가의 일회성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신뢰와 적절한 기여 위에 서 있다. 그 기여는 화려하지 않을지 몰라도, 매일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단단하다.


영웅은 가끔 나타나지만, '적당한 사람'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조직을 진짜로 지탱하는 건, 바로 그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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