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230/365)
호기심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의 글 과, 테드 라쏘의 장면
우리는 문제 앞에 서면 본능적으로 ‘빨리 맞히려고’ 든다. 정답을 찾아내고, 옳은 결정을 내리고, 틀리는 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쓴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깨닫는 건, 진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처음부터 정답을 아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기술 리더이자 작가인 윌 라슨(Will Larson)은 자신의 글에서 수년간 마이크로서비스 예측부터 시스템 사고에 대한 과신까지 많은 것을 틀렸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경력 후반에 접어들며 그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취했다. 틀리는 빈도를 무작정 줄이려 애쓰는 대신, ‘틀렸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로 ‘호기심’을 꼽는다. 자신이 후회했던 실패의 대부분은 호기심을 발휘하기 전에 성급하게 해결바카라으로 직진했을 때 벌어졌다고 말한다.
호기심은 단순히 궁금한 척하는 태도가 아니다. “내가 지금 중요한 정보나 맥락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겸손한 성찰이다. 문제 해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기존 프레임으로 상대방이나 상황을 성급히 재단하기 시작할 때다. 반대로 호기심을 먼저 발휘하면 상대방이 가진 숨겨진 맥락을 파악하게 되고, 내 가정이 틀렸음이 밝혀져도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않아 충격이 작아진다. 또한 비난의 어조를 빼고 자연스럽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관계의 보존까지 가능해진다.
윌 라슨이 제시한 일상의 대응 패턴을 살펴보면, 성급한 판단과 호기심 어린 질문이 만드는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리더십과 채용 현장에서 흔히 겪는 면접 후보자 평가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동료 면접관이 내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후보자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내놓았을 때, 판단 중심의 성급한 리더는 “당신의 평가는 틀렸다”라거나 “보는 눈이 부족하다”며 상대를 단정 지어버린다. 이는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려 방어기제를 자극하고 논쟁을 감정적인 대립으로 몰고 갈 뿐이다.
반면 호기심을 지닌 리더는 개인적 감정이나 오만을 내려놓고 탐색적 질문을 던진다. “내가 이 후보에게 기대하는 핵심 역량과 가능성은 이런 부분인데, 혹시 우려되거나 다르게 보신 지점이 있으신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닌 '공동의 문제 해결 파트너'로 재정의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후보자의 치명적 단점이나 맥락을 파악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서로의 관점 차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다.
더 나아가, 개인의 태도를 넘어 뛰어난 조직 시스템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면 반응 방식의 수준 자체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단순히 개인 면접관의 순발력이나 매너에 의존하지 않고, 면접 시행 전 평가자 간 적합성 기준(Rubric)을 명확히 맞추고 평가 매뉴얼을 구조화해 두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 수준에서 소통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해 두면, 감정적 마찰이나 소모적인 오해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가장 우수한 대응(Best Practice)을 구현할 수 있다.
내부 위키 로그인 오류나 새로운 아키텍처 도입, 당직 불참 문제와 같은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서 좀 제대로 읽으라”는 성급한 비난 대신 상대가 어느 지점에서 막혔는지 맥락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할 때,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다듬는 기회로 전환된다. 결국 나쁜 대응은 언제나 단정 짓는 '판단'에서 시작하고, 좋은 대응은 언제나 맥락을 여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접근은 인기 TV 시리즈 <테드 라쏘(Ted Lasso)>의 명장면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시즌 1에서 테드가 레베카의 전 남편 루퍼트와 다트 내기를 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과거 다트 챔피언이었던 루퍼트는 테드가 그저 미국인 축구 코치라는 편견 하나만으로 그를 얕잡아보고 조롱한다. 전형적인 성급한 판단의 우를 범한 것이다.
반면 테드는 다트판 앞에 서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승부의 긴장감 속에서도 루퍼트에게 어릴 적 다트를 해본 적이 있는지 조용히 물으며 상대를 관찰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매주 일요일마다 다트를 던지며 익힌 실력자라는 사실을 굳이 자랑하거나 상대를 자극하지도 않는다. 승부가 결정되는 결정적 순간, 테드는 월트 휘트먼의 문장을 나지막이 인용하며 다트를 던진다.
Be curious, not judgmental.
판단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져라
루퍼트는 호기심 대신 판단을 선택했기에 상대의 진짜 실력이라는 치명적 정보 공백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반면 테드는 상대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호기심으로 상황을 관찰하며, 자신이 질지도 모르는 실패의 리스크와 변수를 완벽히 통제해냈다. 테드 라쏘는 호기심을 통해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동시에 자신이 치러야 할 실패의 비용을 제로로 만들었던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현대의 조직과 일상 속에서 '완벽한 정답'이란 환상에 가깝다. 변수가 넘치는 환경일수록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전략은 명확하다. 내 가정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실패의 비용이 낮아지며, 그 비용을 낮추는 구체적인 첫 단추가 바로 단정 짓기 전에 '질문'하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결코 약함이나 우유부단함의 표시가 아니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겸손에서 비롯되는 가장 지혜로운 태도이자, 불확실한 세상에서 리스크를 낮추며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가장 강력한 문제 해결자의 첫걸음이다.
https://youtu.be/i_FofLSherM?si=ghimovgdMmpSCagR&t=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