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by수상한호랑이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2024.6.26. 혼탁한 세상 안에서도 고이지 않고 흘러가는 길을 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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