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서 '반'이 사라졌다
얼마 전 회사에서 동료의 남편과 아이를 만났다. 동료를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 주차장에서 엄마 옆에 딱 붙어 서 있는 아이와 인사를 나누다 물었다.
"Hi there! How old are you?"(안녕! 몇 살이야?)
"Three and a half."(세 살 반이요.)
아, 맞다.
미국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면 이런 대답을 자주 들었다. 세 살이면 Three, 네 살이면 Four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 사이의 반년까지 꼭 붙여 말했다.
Three and a half.
Four and a half.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나이를 그렇게 말했던가? 내 기억에는 그렇지 않다. 한국 아이들은 세 살이면 세 살, 네 살이면 네 살이라고 했다. 반년까지 붙여 말하는 경우는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재미있는 건 부모다.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으면 세 살이라고 하지만, 부모에게 물으면 "36개월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42개월 됐어요"라며 아이의 시간을 개월 수까지 세어준다.
아이는 세 살이라고 하고 부모는 36개월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자기 입으로 그 사이를 말한다. Three and a half.
표현은 달라도 어린아이의 시간은 꽤 촘촘하게 세어진다.
아이에게 반년은 긴 시간이다. 키가 자라고, 말이 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 반년 전에는 못 하던 일을 어느새 해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이 사라진다.
정확히 몇 살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대여섯 살쯤 지나고 나면 세 살 반, 네 살 반 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그냥 여섯 살, 일곱 살이라고 말한다.
반년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나이를 말할 때만 조용히 빠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반을 붙이면 꽤 웃기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흔두 살 반입니다."
나이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너무 성실하다. 상대방은 내 나이보다 왜 반년까지 세고 있는지가 더 궁금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연스럽던 말이 어른이 되면 우스워진다.
왜 그럴까.
아이에게 반년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많은 시간이다. 어른에게도 반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달력 몇 장이 넘어가 있다. 아이의 한 달은 기다릴 일이 많고, 어른의 한 달은 정신없이 지나가기 일쑤다.
어릴 때는 한 달도 길고, 반년은 더 길게 느껴진다. 생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시간의 눈금도 달라진다. 한 달씩 헤아리던 시간이 어느새 한 해 단위로 묶인다.
미국 아이가 말하는 Three and a half에서 시작한 생각이 여기까지 왔다. 한국 아이는 자기 나이를 반으로 잘 나누지 않지만, 한국 부모는 아이의 나이를 개월 수까지 나눈다. 방식은 달라도 어린아이의 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점은 닮아 있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간을 덜 세는 일이 아니라, 더 큰 단위로 세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반은 사라진 적이 없었다.
우리가 더 이상 세지 않을 뿐이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나이를 반년 단위로 세지 않게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