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화를 참는 것이 어른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사람을 몰아붙여도, 감정선을 건드리는 말을 해도, 나는 대개 참았다.
참고 또 참다가 어느 날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상대가 전투적으로 나오면 나도 전투적으로 대응했다.
그 순간은 시원했다.
그동안 쌓아둔 것을 한꺼번에 꺼내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오래 편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 장면이 떠올랐고, 며칠이 지나도 화는 다시 올라왔다.
나는 그 사람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라, 그 화를 계속 들고 다니고 있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집에 돌아간 뒤였다.
회사에서 생긴 감정은 회사에 남아 있지 않았다.
평소라면 웃고 넘겼을 가족의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화의 원인은 회사에 있었는데, 그 화의 그림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닿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건 아니다.
화를 참는 것만이 답은 아니고, 그렇다고 화를 그대로 쏟아내는 것도 답이 아니다.
그 사이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내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고,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거리를 두는 일.
그리고 정말 말해야 할 때는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기준을 지키기 위해 말하는 일.
화를 내지 않고도 단호할 수 있다.
“그 말은 불편합니다.”
“이 방식으로는 대화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런 말은 큰소리보다 조용하지만, 때로는 더 분명하다.
요즘은 화가 나는 순간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화가 커지지 않게 하려 한다.
몸이 지쳐 있지는 않은지, 같은 부정적인 대화 속에 너무 오래 있지는 않은지, 퇴근 전에 잠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지 살핀다.
운동을 하고, 바카라을 읽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그 연습의 일부다.
모든 싸움에서 이길 필요는 없다.
굳이 이길 필요가 없는 일에 내 마음을 다 쓰지 않아도 된다.
내 감정을 지키고, 가족에게 좋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 더 중요하다.
화가 날 수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화가 내 삶의 운전대를 잡게 두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화를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고, 필요한 말은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배우고 있는 감정 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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