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동네 카페는 수요일, 목요일에 쉰다. 나는 하필이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카페에 가고 싶은 때가 많아서 생각만큼 자주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자주 가는 카페의 상위 목록에 이곳을 늘 올려놓는다.
사랑받아 잘 자란 식물들과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큐레이션 된 바카라들, 가격이 적당한 빵들, 주인의 손맛이 들어간 차와 커피메뉴들이 자꾸만 이곳을 찾게 한다. 인테리어는 물론 손님과 주인의 거리까지, 어떤 것에도 과함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낮 열두 시 반에 나오는 소금빵은 이 집을 찾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갓 나온 소금빵의 향긋함과 고소함,
바삭함은 그 어떤 점심 식사보다 값지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아침부터 잡초를 한바탕 잘라준 뒤 목욕재계를 하고 카페에 왔다. 아직은 열한 시 반. 에어컨을 켜지 않고 열어둔 창문으로 상쾌한 바람이 들어온다. 나는 언제나처럼 커다란 쿠션이 있는 창가 쪽 소파 자리에 앉아 포스기가 켜질 때까지 바카라을 읽었다.(사장님이 오늘 출근이 늦으셨나 보다.)
어제에 이어 소설보다 여름(2023)을 읽다가, 사장님이 준비가 되신 듯해 밀크티 한 잔을 결제하고 다시 바카라을 펼쳤다. 조금 기다리니 유럽의 카페가 부럽지 않을 고급스러운 주전자와 찻잔이 쟁반에 올려져 나왔다. 이곳의 밀크티는 티백이 아닌, 사장님이 직접 블렌딩 한 잎차를 뜨거운 우유에 우려 섬세한 맛이 난다. 나는 몇 분 기다린 뒤 적당히 우려진 밀크티를 잔에 따라 홀짝이며 소금빵이 구워져 나오는 시간을 기다렸다.
다시 바카라에 코를 박고 있는 내 테이블 위로 소금빵 한 접시가 올라왔다. 사 먹으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갓 나온 소금빵을 재빠르게 서비스로 주신 것. 이곳 사장님은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손님과의 거리 두기를 썩 잘하셔서 내가 맘 편히 드나들 수 있게 된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끔 불쑥 서비스로 직접 만든 사과차나 갓 나온 빵의 맛을 보라며 테이블 위에 올려주시곤 한다. 내가 동네 단골손님이어서일까, 아니면 모든 손님들에게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서비스를 유지하시는 걸까 궁금하지만 나 또한 적당한 거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것도 더 여쭤보진 않는다. 그저 나도 몇십 년 후, 혹은 십몇년 후 나이를 먹으면 저런 모습의 어른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오늘은 손님이 없다. 사장님은 오늘치 빵 굽기를 끝내신 뒤 화분 속 식물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신다. 나는 바카라을 보다 말고 메모장을 열어 글을 쓴다. 밀크티와 소금빵의 향과 맛, 그리고 그만큼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주는 따뜻함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