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내내 조마조마하소서

by스테르담

'영화관 홈페이지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휴면회원이었던 나는 기어이 비밀번호 찾기 과정에 돌입했다. 영화 <와일드 씽>을 예매하기 위해서였다. <와일드 씽> 예고편을 처음 마주 한 건 약 두 달 전, 그러니까 영화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그 어느 지점이었다. 소재와 뮤직비디오, 유명 배우들의 댄스와 노래가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했고 나는 영화관에서 꼭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유명 배우들의 춤과 노래에 대한 열정, 38주째 2위를 하는 최성곤이란 캐릭터... 이 정도 화제성과 퀄리티라면,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올해의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 했다.


기우(杞憂)였다.


내가 했던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합리화하기 위해, 영화를 보낸 내내 조마조마했다.

큰 기대와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고 소풍을 왔는데, 소풍이 즐겁지 않은 마음. 영화 전반에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유튜브 예고 영상과 쇼츠로 본 향수를 일으켰던 이야기들이 지나가고 나면, 지금 장면보다 다음 장면이 덜 재밌을까 봐 정말 조마조마했다. 사람은 합리화의 동물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내 기대가 틀렸다는 걸, 과도했다는 걸.


그렇다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 관련자의 노력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나는 주마다 로또를 산다. 일주일만큼은 행복하다. 기대가 크고, 1등 당첨이 되면 무얼 할까... 란 달콤한 기대를 한다. 그러다 여지없이 낙첨이란 단어를 마주한다. 복권의 결과가 나오기 전의 내 기대는, 전적으로 내 것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영화 <와일드 씽>에 대한 기대도, 그렇게 오롯이 나의 것이다.


코믹이란 장르로 천만을 넘긴 영화 <극한직업>도 떠올랐다.

엉뚱하게 잘 되는 통닭집이란 위트와 액션이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기억이 난다. 때로, 어떤 영화는 끝이 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아끼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데, <극한직업>이 그랬고 이번 <와일드 씽>은 이렇게 끝나버리면 안 되는데... 란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코믹 영화 특성상, 배우들의 연기는 과도해야 하고 이야기는 산만하게 펼쳐져야 한다.

그래야 어떤 전개가 이어져도 개연성이 덜 훼손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기대하고 보면 안 된다. 오버스럽고, 과도하다. 그래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정작 오버스럽고 과도해야 하는 부분에서 감독은 배우들의 힘을 뺀다. 예를 들어, 최성곤이 배우 최민수 씨를 패러디했다면 그의 거침에 더 힘을 주었어야 했다. '니가 좋아'란 노래의 화제성과 배우 오정세의 열연이 어느 정도 커버하긴 했지만, 예고에서 보았던 최성곤의 캐릭터는 조금은 애매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전개도 산만한데 봉합이 잘 되지 않는다.

'신파'라는 걸 피해 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여실히 보이는데, 잘 봉합되지 않는 이야기에 신파 또한 넣지 않겠다는 감독의 굳은 결심이 섞여 맹맹한 앙상블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반전 또한 그리 강력하지 못하다. 반전은 전반부의 빌드업이 탄탄해야 올라서서 터지는 구조인데, 맹맹함의 앙상블 위에 놓인 반전은 그 맹맹함의 정도를 끝내 반전시키지 못했다.




내게 있어, 영화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예고편이 더 재밌는 영화.

예고편이 다인 영화.

예고편 이상의 영화.


<와일드 씽>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정도에 머물러 있다.

생각 없이 보면 좋다는 리뷰도 종종 보이지만, 보는 내내 나는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이왕 소풍을 왔다면 재밌게 즐겨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했고, 지금보다 다음이 더 재미없을까 봐 조마조마했던 107분의 시간 속에서, 내가 바랐던 향수(鄕愁)는 어디로 간 걸까에 대한 고심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소풍 전의 설렘을 주었고, 사람들을 웃게 해 주고, '니가 좋아'란 노래에 중독하게 해 주고,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게 해 준 <와일드 씽>의 감독과 배우,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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