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스댕 우브루잉
제단을 만들고 싶었다. 내 방에.
삼면 제단화와 성상, 제단 위의 도구들을 놓을 계획만 그려놓았다. 작년이었나.
거실과 주방 사이에
두 개의 탑이 생겼다.
좌스댕 우브루잉.
두 탑 사이로
아침의 태양과,
이른 저녁의 붉은 빛이
집안 깊숙이 들어온다.
'두 개의 탑'이 어떤 의미인지 찾아봤다.
고대 이집트 신전에도 두 개의 탑이 있었다.
형태는 달랐지만.
고대 이집트 신전의 입구를 이루는 두 개의 거대한 탑이다.
두 탑 사이에는 출입구가 있다.
파일론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인간의 세계와 신성한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였다.
이 두 탑은 지평선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어로 지평선을 의미하는 아케트(Akhet).
아케트의 상형문자는 두 산 사이에 태양 원반이 놓인 형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의 출현과 소멸을 신의 이동, 창조와 재생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태양은 지평선에서 사라지고, 다시 지평선에서 나타난다.
두 탑 사이의 출입구는 신성한 존재가 출현하고 이동하는 장소로 해석되었다.
실제의 지형은 종교적 상징이 되고,
그 상징은 다시 건축물의 형태로 구현된다.
이집트 신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를 상징했다. 바깥의 개방된 공간에서 기둥이 늘어선 홀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공간은 좁아지고 어두워진다. 가장 깊숙한 곳에는 신상이 놓인 지성소가 있다. 파일론은 그 우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왜 지평선을 신전의 입구에 재현했을까.
태양은 매일 떠오르고 진다.
자연에서 관찰한 현상이 신화가 되고,
신화는 건축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건축물 사이를 통과했다.
건축은 신화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다.
나는 제단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 만들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거실과 주방 사이에 두 개의 탑이 생겼다.
철제 장 두 개를 세웠을 뿐인데
그 사이에 지평선이 생겼다.
좋은 기운이 모이는 두 탑의 사이에서
나는 매일 아침 핸드드립을 한다.
경계에 서서
창조와 재생을 맞이한다.
경계는 변형의 장소다.
원두 17그램.
물 272그램.
오늘도 신성한 의례를 집전한다.
원두 17그램과 물 272그램을 결합하여 에티오피아의 향미를 현현시키시니.
이 모든 우주적 질서의 시작은....
무인양품 할인 행사였다.
좌스댕 우브루잉 창세기
제1장 1절.
태초에 스댕이 있었고, 스댕은 할인 중이었다.
사족
안타깝게도 두 탑의 사진은 찍을 수 없다.
그 사이에 달린 달과 같은 한지 조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
태양신의 신전인줄 알았는데
달의 신이 가호를 하는 중.
집안 깊숙이 들어온 햇살은 아침 저녁으로 달의 신을 떠받든다. 경계 맞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