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 4장 저희 抵巇

큰 균열도 처음에는 작은 틈이었다.

bystephanette

『귀곡자』 4장 저희(抵巇)는 그 틈을 살피는 법을 다룬다.


일이 무너지기 전에 무엇이 어긋나고 있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개입할지 판단하는 것이다.


틈은 아직 전체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지금의 상태가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질서가 유지되어도 그 안에서 신뢰와 권한, 이해관계가 조금씩 갈라질 수 있다.

'저희'는 이때의 판단을 요구한다.


수습할 수 있는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지금 개입할 수 있는가.


다스릴 수 있는 세상에서는 틈을 막고,

다스릴 수 없는 세상에서는 그 틈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얻는 길을 말한다.


기존 질서를 보존하는 일과

바꾸는 일이

모두 시야에 들어 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는 실제 형편을 살펴 결정해야 한다.


이를 일상에 옮기면,

반복되는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질문이 된다.


작은 오류를 고치면 전체가 다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같은 문제가 거듭되면서 구조 자체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때는 무엇을 유지하려고

계속 수선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수선에 드는 힘과 그 결과도 함께 보아야 한다.


기다림에도 조건이 있다.


개입할 여지가 없으면

깊이 물러나 때를 기다리라고 한다.

때가 오면 도모한다.

여기서 기다림은 상황을 계속 관찰하는 일이다.

언제 움직일지 판단하려면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침묵하거나 움직이는 행위만으로

지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말을 미뤄 틈이 벌어질 수 있고,

성급한 개입으로 균열을 키울 수도 있다.


같은 행동도 시점과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다.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작은 징후를 읽는 눈이다.


아직 고칠 수 있는 것.
이미 바꾸어야 하는 것.
지금은 기다려야 하는 것.


그 차이를 알아보는 데 판단의 무게가 있다.

그리고 그 행동에는 바카라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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