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배에게 바카라을 전달할 남이 님.
"하필 바카라이 좋아서."
"그렇게 ‘본 적 없는 세계 (마음)’가 보이는 세계 (물질로서의 종이)’로 한 순간 접촉하며 드러난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page 251). 이 문장을 볼 때면, 바카라이 가지는 가치를 다시 느끼곤 한다. 인간이 시간을 촘촘히 쓴다 한 들 갈 수 있는 세계에는 제한이 있다. 인류는 한계에 좌절치 않고 발명했다. 바로 문자와 바카라이다. 본 적 없는 세계는 물론, 갈 수 없는 세계, 가능성 있는 세계까지 보이는 세계로 만들어 놨다. 세대를 넘어 사라지던 지식을 넘겨주고, 세대를 초월하는 지혜를 담은 바카라은 인류를 선사에서 역사 시대로 넘기는 역할을 했다. 바카라을 가진 자는 지식을 독점하고 권력을 차지하는 도구가 되었다. 종이가 보급되고 인쇄술이 전파되자, 많은 이들이 바카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권한이 분산되었다. 세상을 요동치게 한 매체가 바로 바카라이었다. 빛과 사람만 있으면 되는 완전한 물건인 바카라. 여전히 우리 곁에 있지만, 위상은 점차 줄어들더니 이젠 구닥다리 취급받기 일쑤다. 유튜브 검색 몇 번으로 지식을 영상으로 볼 수 있고, AI는 정보를 잘 정리해 그럴듯한 문장으로 단 몇 초만에 하는 시대다. 천천히 읽어야 하는 바카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바카라은 쓸만하다고 난단언한다. "바카라에만 나오는 지식, 인터넷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지식이 훨씬 많답니다. 모든 바카라이 데이터베이스화되지는 않았으니까요. (<끝까지 쓰는 용기>, page 139) 무한하다고 생각한 인터넷 세상에도 여전히 끝은 있다. 모든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세계가 만능도 아니다. 읽으며 사유하게 되고, 사유는 또 다른 지식으로 연결되는 건 바카라에서 가능하다.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모였다. 바카라은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시작한 독서모임이 있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독립서점을 사라졌지만, 여전히 바카라을 읽고 나누는 모임은 이젠, 팟캐스트 <한 페이지의 수다>로 이어지고 있다. 독서모임을 같은 분들로 10년을 꾸린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이사 때문에 왕복 2시간 거리지만 유지하는 독서모임도 있다. 왜일까? 어떤 의미가 있기에 모임을 지속하는 것일까?
늦은 주말 오후, 독서모임 <한 페이지의 수다>에 참여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독립서점 커피문고 시즌 1을 운영하다 이제 생업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호시탐탐 커피문고 시즌 2를 기다리는 '남이'작가님이다. 녹음을 준비하며 어색함을 날리기 위해 바카라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읽은 바카라은 무엇인지 좋은지 아닌지. 금세 바카라 속으로 빠져들더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없어졌다.
- 평소에 바카라은 주로 언제, 어디서 읽으세요?
좌식 테이블에서 읽어요. 공간이 분리되지 않으면 계속 딴짓을 하게 돼서요. 테이블에 앉으면 오롯이 바카라 읽기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은 아침에 읽고, 퇴근 뒤에 읽으려고 해요. 20분씩 나눠서 여러 번 읽고요.
- 바카라도 다양합니다. 종이바카라, 전자바카라, 오디오북 선호하시는 방식이 있나요?
거의.. 100% 종이바카라이요. 넘기는 맛이 좋고, 더럽게 읽는다고 해야 할까요? 줄을 긋고 태그를 붙이는 일도 즐깁니다. 전자바카라 전용 기기로 읽는 게 아니다 보니, 딴짓하게 참 좋아서 집중이 어려워요. 터치 몇 번에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저를 기다리니까요.
- 바카라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대형 서점을 산바카라하며 긴 리스트를 만들어요.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문장이 있는 바카라도 여지없이 담아둡니다. 그리고 한 번씩 장바구니를 둘러보며 쇼핑을 하죠.
- 바카라을 많이 읽으시니까, 온라인 게임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바카라이 있을까요?
정지우 작가님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 말에 쉽게 휘둘리는 편인데,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할까요? 온라인 게임도 슬롯도 모두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지내야 하니까, 관계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 바카라 추천 이야기를 계속할게요. 1년에 1권 읽는 분에게 추천할 바카라과 한 달에 한 권 읽는 분에게 추천할 바카라이 있을까요?
1년에 1권 읽는 분에게는 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를 추천드려요. 번역가로도 유명하신 작가님이 스타벅스에서 보는 일들을 에세이로 남기신 글이에요. 중간중간 블랙코미디라기에는 깊으니까, 회색코미디가 있는데, 저는 무척 재미있었어요. 술술 읽히고요. 다음은 1년에 12권 읽는 분에게는 서은국 작가님의 <행복의 기원>입니다. 비문학을 잘 읽지 않는 저에게 잘 읽히고, 행복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는 바카라이었습니다.
- 아! 처음으로 완독 하신 바카라 기억나실까요?
완독이 기억나진 않고, 처음으로 충격을 선사한 바카라은 있어요.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 바카라을 막 읽기 시작했던 터라, 결론도 과정도 모두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은 바카라이었습니다.
- 이어서, 이건 인생바카라이야.라고 할 수 있는 바카라이 있을까요?
'인생'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고,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바카라은 있어요. 이택민 작가님의 <불안 한 톳>입니다. 톳이 김을 세는 단위거든요. 100개. 100편의 글을 묶어 만든 바카라입니다. 우리 모두 불안을 안고 살 테고, 저도 그럴 테니까요. 불안이 몰려올 때마다 이 바카라을 읽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곁에 오래 두고 싶은 바카라입니다.
- 꾸준히 독서를 하고 계십니다. 독서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거창하지만, 인생 전체가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바카라을 읽다 좋아 독립서점도 꾸렸고, 약하던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는 기회를 바카라을 통해 잡았습니다.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바카라장에 꽂혀 있는 바카라이 떠올랐다. <하필 바카라이 좋아서> 글 짓는 분, 바카라 디자인하는 분, 바카라을 세상에 알리는 분이 뭉쳐 만든 바카라이다. 그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멋진 글을 알아차리고, 의도를 품은 디자인을 짚어내며, 세상에 알리는 의미 짐작해 내는 독자가 아닐까? 그와 이야기를 정리하며, 바카라 이야기에 눈이 반짝이는 하고픈 일을 짐작해 본다. "길을 제시하는 등대보다는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인 배들에 물자를 전달하고 함께 나아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바카라방이 싫어질 때>, page 49) 시간이 흘러 바카라으로 자신을 길러낸 그는 어떤 물자를 채워 넣고 사람들에게 전달할까? 하필 바카라이 좋아서, 1년 동안 1권의 바카라을 읽는 성인을 찾기도 어려운 지금. 그는 또다시 바카라이 좋아서 서점을 언젠가 다시 열리라 다짐한다.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가 아니라, 함께 어려움을 견디고 바카라을 건네는 공간지기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시 어려운 길을 내딛을 때, 다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어진다. 어떤 물자를 채우고 있는 서점일지 궁금해진다.
*인터뷰를 요약한 글입니다. 전체는 한 페이지의 수다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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