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 Talk] 엄마는 언제나 약자

by봄치즈

"알았다고. 엄마 그만 좀 말해."


'나갈 채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며 학원 시간이 다 되도록 방 화장대 앞에 앉아 있던 아이는, 오늘도 나설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제 방을 나왔다. 그 와중에 어슬렁 어슬렁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을 열며 꺼내오는 과자 한 봉지.


그러길래 아까 점심을 먹으라고 했건만. '머리 말릴 시간이 없다'며 단호하게 말하더니 이제서야 배가 고픈 모양이다.


약속 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해야 마음이 편한 나. 그러나 외출할 때마다 이런 패턴을 보이는 딸의 엄마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올때마다 매번 애간장이 타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 항상 엄마인 나다. 딸의 이같은 오래된 이 버릇을 알기에 출발 시간보다 늘 10분 먼저 나가야 한다고 일러두지만, 그럼에도 매번 똑같은 시간에 맞춰 나가는 아이의 능력은 그저 대단할 따름이다.


'딸만 아니었으면 이런 성격, 죽어도 상종하기 싫다.'


이 말을 마음속으로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아뿔싸. 학원 시간에 맞추려고 카레이서 뺨치게 달리다가 우회전해서 들어가야 할 골목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도착 예정 시간보다 3분이나 늦어버렸다.


"다음번엔 엄마가 나오라고 할 때 바로 나오자."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건네 보지만, 돌아오는 건 듣기 싫다는 말과 함께 부서져라 쾅 닫히는 문소리 뿐이다.


정말 우리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을까.


예전부터 나와 결이 다른 사람과는 서서히 멀어지다가 깔끔하게 손절하는 데 일가견이 있던 나였다. 아무리 싫은 사람 앞에서도 티를 내지 않고 서서히 멀어졌기에,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관계가 조용히 마무리되곤 했다. 과거 팀원 전체에게 미움을 받았던 팀장조차, 유독 나만큼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성격의 사람을 딸로 만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절연하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로 만났으니 말이다. 게다가 부모라는 이유로, 늘 약자가 되어야 하는 쪽은 언제나 나.


그래서 오늘도 쾅 닫히 문 소리가 마음에 비수로 남은 채, 패배자의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따 학원에서 데려올 때 냉냉하게 대하리. 마음을 굳게 먹는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저녁 거리를 고민하면서 나도 모르게 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면 기분이 조금 풀리려나.'


딸과의 크고 작은 사건 후에는 머지않아 항상 기억상실증 현상이 온다. 아까의 일을 잊고 딸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해주려 빵가루를 찾고 있는 나.


이렇게 챙겨줄 날도 많지 않으니. 분노에서 애잔함으로 바뀌어있는 내 감정 상태를 본다면 노망이 따로없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이렇게 살아가겠지. 나만 이렇지 않을꺼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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