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이 많은 영업사원

by빛나는

차라리 남편이 바카라을 썼더라면, 이보다는 더 열정적으로 영업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나 동생이 출간을 해도 마찬가지였을 듯하다. 말 그대로 자아를 내려놓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우리 남편이, 우리 엄마가, 내 동생이 글을 너무 잘 써서 바카라을 냈다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떠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쓴 바카라이니까 기념으로 한 권씩 사달라고 애교를 떨면서 매일 누군가에게 문자를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장녀라 그런지 작은 것이라도 부탁하는 일은 주저하게 된다. 바카라을 잘 읽었다고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오는데도, 서평은커녕 짧은 리뷰도 달아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친구들이 독후감을 써준다고 해도, 괜히 낯간지럽고 쑥스러워 괜찮다고 해버린다. 유명 서점의 순위나, 독자 후기에 관심 없는 체하면 이토록 세차게 끓어오르는 부끄러움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스스로를 브랜드처럼 만들어야 하는 시대인데, 무명작가가 이래도 되는 건지 앞날이 캄캄하다.


'미야의 글빵라디오'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미야쌤은 내 바카라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홍보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첫 방송 자리를 내주겠다고 했다.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질문지가 가득한 대본을 받으니 아득해졌다. 방송에 목소리가 나오는 상상만 해도 수줍음이 올라와 폭발할 지경이었다. 미야쌤은 명확한 이유 없이 마음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나를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리허설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먼저는 내 투정을 차근히 들어주었고, 녹음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하나씩 설명했다. 늘 그렇듯이 잘할 수 있다는 용기도 심어주면서.


녹화 당일이 되어, '글빵 라디오 초대석, 빛나는 작가'라는 문장을 보자 기분이 묘했다. 내가 작가라니, 그 두 글자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라디오 출연도 그렇지만, 이름 뒤에 작가라는 호칭이 공개적으로 붙은 것도 처음이었다. 회사에서 직급이 바뀐 첫날, 낯선 직함으로 불리던 순간처럼 얼떨떨했다. 어쩌면 그 보다 조금 더 어색하고, 조금 더 설렜는 지도 모르겠다. 딱 짚어낼 수 없는 감정이 녹음하는 내내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다.


미야쌤의 질문에 조곤조곤 답하면서, 내가 이런 길을 걸어왔구나 다시금 되돌아봤고, 앞으로는 어떤 날들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에 두근댔다. 내가 이과생에서 문과생으로 환승하는 여정을 쓴 글을 읽는 것으로, 녹음은 마무리되었다. 26명의 환승이야기가 바카라으로 묶여 출간된다는 소식을 전하는 일도 빠트리지 않았다.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로 ' 《우리가 만난 환승역》 바카라이 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너무 흥분한 건 아닌지 금세 얼굴이 빨개졌지만, 큰 사고 없이 얼추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 방송이 유튜브에 올라간 날에는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하루 종일 들떠있었다. 그날은 설거지를 하면서, 빨래를 개면서도 내가 나오는 방송을 틀어놨다. '왜 저렇게 말했을까, 이건 좀 재밌게 잘했군.'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잣말을 해댔다. 그리고 내 바카라이, 우리들의 바카라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본다는 유튜브까지 진출했으니, 이제는 조금 당당하게 영업을 해도 되지 않을까. 소심하게 주절거려 본다.


여전히 나를 드러내고, 내가 이런 일을 했다고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성스레 적어준 서평을 받을 때마다 멋진 답장을 쓰고 싶지만, 고작 '영광이다,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매일 자기 전에 혼자 시시덕거리면서 몇 번이나 읽어보는데,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주변에 소문 좀 내주세요. 추천해 주세요.' 이런 말도 참 민망하고 죄송해서, 손가락을 움직이다가도 그냥 핸드폰을 덮어 버린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한 발자국씩 연습하다 보면 나도 자신감 넘치게 영업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무엇보다 모두의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게 된다면, 그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 작품을 내가 쓴 거라고 온 세상에 소문내게 될 테다. 그날이 오기까지 무엇이 되었든 꾸준히, 서툴더라도 오래오래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 아자아자 파이팅!




온라인카지노 글빵 연구소, 저를 포함한 26명의 환승 이야기가 바카라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출연한 '미야의 글빵라디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댓글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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