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수능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아이들이 한 명씩 교무실로 불려내려 가기 시작했다. 최초로 내려간 애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학생이 손에 자그마한 빼빼로 상자 크기의 포장된 무언가를 들고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또 다른 아이에게 가서 말한다.
"얘, 선생님이 너 잠깐 교무실로 오라셔."
이런 일이 몇 차례 진행된 후, 3교시 쉬는 시간쯤 다른 반 학생들이 우리 반으로 몰려왔다. 고1, 2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었다.
"나오미!! 너도 받았지?"
"뭘?"
"에이, 받았으면서 왜 그래. 뭔지 좀 보여 줘."
"응?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번엔 친구들이 당황했다. 우리 반으로 달려온 친구들은 의문의 상자를 들고 오는 학생들에게서 '수학 선생님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달려왔던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이 그 수학선생님 멋있다고 졸졸 따라다닌 게 전교에 유명했기 때문에 그 선생님이 자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응원하려고 수능 일주일 전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추측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날 교무실에서 그 상자들이 모두 사라지기까지 호출을 받지 못했고 친구들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사건은 당시 고 3을 담당교사'들'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들'이 우리 학교로 전근 오시기 전 A 남고에서 함께 근무했었고 그때도 고 3을 맡았다고 한다. A 남고의 제자들의 동생들이 공교롭게도 우리 학교에 많았는데 의문의 상자를 받은 학생들은 모두 몇 년 전 A 남고 졸업생들의 여동생들이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받긴 했으나 정체불명의 상자를 만든 사람은 엄마들이었던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대로했다! 수능 일주일을 앞두고 굳이 학교에서 편애와 차별을 드러내어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아이들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게 했어야 하는가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에게 선물을 받았냐 물으러 왔던 애들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달래 보려 애썼지만, 흐르는 눈물은 주체가 안 되었다. 그날은 야자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엎드려 울었다.
한편, 나를 달래다 실패한 친구들은 뒷수습에 나서게 되는데....
(이미지 출처: Pixbay@Victoria_Borodin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