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 광호에게, 유보영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누군가 기억해 주기는 할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바카라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처음 이 바카라을 받아 든 순간, 온라인카지노 이웃인 유보영 작가(빛나는)의 바카라이 반갑기도 하고, '나의 아빠'라는 말이 먹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나는 쏟아지는 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렸었다. 그렇게 그림에 몰입하며, 지난 시간을 정리해 나갔다. 유보영 작가는 아빠를 떠올리며 바카라을 출간했다. 바카라을 넘기기도 전에 혹시 내가 갈무리 못한 감정들이 솟아오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한 장을 넘겼다. 아빠를 떠나보낸 겨울에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기억을 떠올리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멋진 사람이었던 아빠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진심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는 그 말처럼 한 꼭지, 한 꼭지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그리움이기도 했고, 아빠에 대한 자랑스러움이기도 했고, 보았으나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내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아빠에 대한 기억을 살리고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힘겹고 또 의미 있었을지 느껴지기도 했다.
첫 잔은 원샷하라고 알려주던 아빠, 비싼 음식을 먹어도 라면이 더 좋다던 아빠, 전시회와 해외여행을 하며 많은 경험을 주었던 아빠, 자신은 단벌 신사이면서 아내와 딸에게는 아낌없이 좋은 옷을 입혀주는 아빠. 이런 아빠를 둔 유보영 작가가 참 부러웠다. 좋은 아빠를 두었구나. 다시 기억해 보아도 멋진 아빠였구나. 그래서 깊이 슬퍼하고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었던 거구나 싶었다. 이승기 노래를 배우려고 했던 사소한 기억에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화가의 꿈까지, 아빠와의 추억을 글로 옮긴 손길에 담긴 사랑이 읽는 내내 느껴졌다.
노란 표지에 아빠 손을 잡고 있는 작은 아이가, 이렇게 커서 아빠에 대해 바카라을 낸 것을 보면 얼마나 대견해하실까 싶었다. 처음 겁이 났던 감정과는 다르게 따뜻하게 마음을 덥혀가며 바카라을 덮었다. 그리움이, 사랑이, 첫 잔의 원샷처럼 쌉싸름하고 깔끔하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멋진 아빠, 광호 씨는 참 좋겠다.
가족들이 오래오래 기억해 주고 추억해 주어서.
예쁜 딸, 보영 씨는 참 좋겠다.
이렇게 멋진 아빠의 추억이 있어서.
나는 부러움을 담아 글을 쓴다. 나의 아빠는 나를 힘들게도 했고, 가족들을 지켜주지 않았고, 가끔 나빴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멋있었으며, 내내 나를 사랑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바카라의 따뜻함으로, 좋은 기억도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의 누군가가 영영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장례를 치렀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잊힌 듯 해도 살아가다가 문득 떠오르고, 다른 가족에게서 발견되기도 하고, 과거의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한 사람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은 죽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것이고, 글로 쓰여 이렇게 영원히 살아있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