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이른 아침, 산바카라길에 나선다. 빗소리 새소리가 정겹다.
혼자의 산바카라은 내면의 고요를 유지하면서 깨어있기에 좋은 시긴이다.
그러나, 어느새 머릿속에 생각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닌다.
간밤에 꾼 시답잖은 꿈의 잔상, 어제 있었던 사소한 일들, 그에 따른 또 다른 생각과 판단 등등.
의식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무엇이라도 떠올리고 가져와서, 자아라는 개체의 방식대로 정의하고 개념 짓고 저울질하고 평가하며 신념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서 그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자의식의 본성은 흐르고 움직이려는 데에 있다.
의식을 멈춘 자리에 머물러보자. 그 자리가 곧 깨어있는 자리이다. 의식이 개입하지 않는 청정한 상태에 머물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빗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아직 원음 그대로의 '완전한' 빗소리 새소리를 듣지 못했다. 자아라는 의식이 늘 주인이라고 나서며 경험적으로 듣고 해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