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카라이 잦아질수록 왜 시장은 약속보다 착공을 기다리는가
아파트 공급 발표가 나온 날, 지도에는 수만 호가 새로 생긴다. 그러나 출근길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빈 땅이고, 세입자의 계약 만료일은 그대로 다가온다. 주택은 정바카라 문서에서 한 줄로 늘지만 현실에서는 후보지 지정, 보상, 인허가, 금융 조달, 착공, 준공의 긴 시간을 지나야 한다.
경제학자 아비나시 딕시트는 되돌리기 어려운 투자일수록 불확실할 때 기다림 자체가 선택권의 가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규칙과 비용을 더 알 수 있다면 지금 결정하지 않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토지와 건설비, 금리, 분양가가 얽힌 주택 사업은 대표적인 비가역적 투자이다. 정바카라이 자주 바뀔수록 시행사와 조합, 매수자 모두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발표된 물량만 세지 않는다. 약속이 어느 공정에 와 있는지, 다음 달에도 같은 규칙이 유지될지를 먼저 가격에 넣는다.
정부가 8월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은 수도권에 23만 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천 호의 착공을 1∼2년 앞당기고,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 호 이상을 공급한다. 후보지 발표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숫자뿐 아니라 시간을 줄이겠다는 점이 이번 대바카라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은 앞으로의 목표와 다르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7월 통계를 보면 수도권 착공은 그달 1만2,690호로 전년 같은 달보다 18.5% 늘었고, 1∼7월 누계도 7만7,894호로 2.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준공은 7만1,204호로 38.7% 감소했다. 오늘의 입주 물량은 몇 년 전의 착공 부진을 반영한다.
전국 미분양은 7월 말 6만8,217호,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52호이다. 수도권의 공급 부족과 지역의 미분양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국에 집이 몇 채인가’라는 총량만으로는 서울의 전세 불안과 지방의 빈집 위험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 없다. 필요한 곳의 필요한 시점이라는 두 조건이 맞아야 공급은 가격 안정으로 번역된다.
주택 공급의 각 통계는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킨다. 인허가는 사업 가능성, 착공은 자금과 공사 의지, 준공은 실제 입주 가능한 재고에 가깝다. 하나가 늘었다고 다음 단계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토지 보상이나 공사비, 분양성에서 막히면 파이프라인은 중간에서 가늘어진다. 정바카라은 어느 단계의 숫자가 좋은지 골라 보여 주기보다 같은 사업이 단계별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이어서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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