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은 높아졌는데 왜 중저가 아파트 수요는 더 뜨거운가
1653년 블레즈 파스칼은 밀폐된 유체에 가해진 압력이 모든 방향으로 전달된다는 원리를 정리했다. 주택시장은 물이 아니고 사람의 기대는 물리 법칙보다 복잡하다. 그럼에도 한쪽 통로를 강하게 막았을 때 압력이 사라지는 대신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는 이미지는 지금 서울의 지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84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익숙했던 강남 상승·외곽 정체의 그림은 뒤집혔다. 강남과 서초는 하락한 반면 중랑, 도봉, 서대문, 성북 같은 지역의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대출 문턱은 높아졌는데 구매 열기는 왜 더 낮은 가격대로 옮겨 갔을까. 규제가 수요 자체를 없앤 것인지, 수요가 지나갈 수 있는 길만 바꾼 것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9월 14일 기준 주간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6%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직전 주의 0.20%보다 줄었지만 오름세는 84주째 이어졌다. 전국은 0.08%, 수도권은 0.15% 올랐고 지방은 보합이었다.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상승 압력이 집중된 셈이다.
지역별 표정은 더 선명하다. 중랑구는 0.51%, 도봉구와 서대문구는 각각 0.47%, 성북구는 0.43%, 동대문구는 0.36% 올랐다. 서울 강북권 14개 구의 평균 상승률은 0.29%였다. 반면 강남구는 0.36%, 서초구는 0.26% 하락했다. ‘강남이 쉬면 서울도 쉰다’는 공식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 규칙도 가격대별로 다른 문을 만들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집값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4억 원, 25억 원 초과 2억 원으로 차등화되어 있다.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은 40%이며 스트레스 금리는 3.0%가 적용된다. 서울 전세가격도 같은 주 0.17% 올라 84주째 상승했다. 매매와 임대차의 압력이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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