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권의 익선동과 오늘의 거대 개발은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는가
1956년부터 1960년까지 건설된 브라질리아는 도시계획가 루시우 코스타와 건축가 오스카르 니마이어가 설계한 현대 도시계획의 상징이다. 행정축과 주거축, 건축물의 형태까지 하나의 질서로 통합한 이 도시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보존관리 자료에는 오늘날 브라질리아가 직면한 압력으로 교통량 증가, 불충분한 대중교통, 광역도시권의 슬롯공간적 분리가 함께 기록돼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도시의 질서와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보다 약 30년 전, 서울 익선동에서는 전혀 다른 크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거대한 축과 기념비 대신 좁은 골목, 작은 필지, 마당과 방의 배치를 고민한 사람은 정세권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을 더 잘 이해한 디벨로퍼는 과거에 있었는가, 아니면 더 많은 데이터와 기술을 가진 오늘에 있는가.
정세권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부동산 디벨로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20년을 전후해 건양사를 설립하고 큰 토지를 매입한 뒤 필지를 나누어 도시형 한옥을 건설하고 분양했다. 토지 매입, 필지 분할, 상품기획, 건축, 판매, 일부 금융 지원까지 수행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행사의 역할과 닮아 있다.
당시 경성은 일본인의 이주와 조선인의 이농으로 인구가 늘어났고, 청계천 이북으로 일본인 거주지가 확대되면서 조선인의 주택난이 심해졌다. 정세권을 비롯한 조선인 개발업자들은 큰 필지를 나누어 10평에서 40평 규모의 근대식 한옥을 공급했다. 익선동 166번지 일대의 토지대장과 지적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1929년부터 1932년 사이에 필지 분할이 진행됐으며, 1930년부터 1931년 사이 건양사의 주거지 개발이 활발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정세권의 도시형 한옥은 단순히 전통주택을 작게 줄인 집이 아니었다. 여섯 명가량의 가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마루를 거실처럼 활용하고, 방을 남향으로 배치했다. 수도와 전기, 환기와 채광을 고려했으며 화장실을 집 안으로 들였다. 구매자가 입주한 뒤 대금을 월 또는 연 단위로 나누어 낼 수 있도록 할부 방식도 적용했다. 집의 형태뿐 아니라 가족의 구성과 생활방식, 구매 능력까지 하나의 상품 안에 반영한 것이다.
오늘의 대형 디벨로퍼는 수천 세대의 주거시설과 오피스, 판매시설, 호텔, 문화시설을 동시에 기획한다. 그러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된 약 300개 PF 사업장을 분석한 KDI 연구에서 시행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총사업비의 3.2%에 불과했다. 개발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만, 개발자와 최종 이용자를 연결하는 구조는 오히려 복잡하게 분리되었다.
차이는 건축양식보다 개발자와 사람 사이의 거리에 있다.
정세권에게는 유동인구 데이터도, 위치정보도, 소비자 세분화 프로그램도 없었다. 대신 그는 어떤 사람이 집을 필요로 하는지, 한 가족이 몇 개의 방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얼마까지 한꺼번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현장에서 보았다. 그에게 인간은 통계표 속의 수요가 아니라 직접 집을 사고 살아갈 구체적인 사람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