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이면, 기술패권 맥락의 진짜 함의
지난 5/14-15 양일 간 중국 베이징에서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및 내각과 동행한 주요 미국 대기업 CEO가 포함된 대규모 경제 사절단의 면면에서 보듯, 이번 정상회담은 철저하게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거래 성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그 거래의 핵심은 중국 시장의 대대적 개방과 미국에 더 우호적으로 조성되는 접근 환경 조성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담을 중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였다.
회담이 종료되고 미국 대표단이 귀국하고 난 이후, 어제부터 보도되기 시작한 회담의 성과를 보면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적어도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딱히 원했던 성과를 충분히 거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위해 워싱턴 DC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를 타고 출발한 후, 미처 탑승하지 못한 (원래는 계획에도 없었던?)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을 태우기 위해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잠깐 기착할 정도로 반도체와 AI 쪽으로 힘을 준 것처럼 보였다. 이미 일론 머스크나 팀 쿡 등이 사절단에 포함된 상황이어서,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 있어 IT 분야, 특히 AI 시장에서의 중국 시장 진출에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젠슨 황이 뒤늦게라도 포함된 것은 미국이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과의 협상에서 엔비디아의 GPU를 하나의 협상 카드로 고민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막상 정상회담이 시작되자마자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는 새로운 교차로에 도달했다. 중국과 미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하고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화두만 놓고 보면 두 대국이 앞으로의 역사를 놓고 상호 간 충돌을 피하면서 가급적 새로운 판을 같이 (대등하게) 짜자는 의도로 보였다. 시 주석이 언급한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언급되었듯, 중국이 중시하는 3T, 즉, Taiwan, Trade, Technology의 프레임이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대만에 대해서, 중국은 여전히 대만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할 계획이 없고, 이는 역사적 맥락에서 정의하는 (중국의 일부라는) 대만을 중국이 앞으로의 역사와 패러다임에서도 전혀 놓을 생각이 없음을 못 박는다. 무역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하고 있는 광범위한 무역 및 관세 규제 등을 풀고 원래의 자유무역 기조를 존중해야 한다는 (그래서 중국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포된다. 마지막으로 기술은 현재 미국이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그리고 일부 에너지 기술 등에 대해 중국은 대부분의 기술 자급화는 물론, 역으로 미국 및 동맹국들에 대해 날릴 수 있는 유효한 카운터펀치가 있음을 슬쩍 보여준다. 이 3T의 의미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맥락 안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언급한 것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예정된 전쟁'이라는 바카라에서 언급한 '투기디데스의 함정' (그림 1 참조)이라는 맥락에서 3T가 갖는 의미를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 보자.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이 혹여나 대만의 독립을 지금 같은 NCND의 입장에서, 대놓고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거나 심지어 유사 시 대만해협으로 무력을 투사/배치하는 것은 결국 미-중의 무력 충돌을 야기할 것임을 사실상 직접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무역에 대해서는 미국이 계속 대중 무역 제재를 이어갈 경우, 결국 중국이 미국 시장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미국이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중국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야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을 핀포인트 제재를 가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 스스로의 발등을 찍게 될 것임을 넌지시 내비친 셈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3T 각각이 같은 가중치로 논의된 것 같지는 않다. 양국 정상은 비교적 짧은 일정 속에 제한적 무역 이슈에만 집중했고, 정작 더 핵심적인 의제들은 논의될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특히 젠슨 황을 중간에 픽업해서 동승시킬 정도로 집중했던 AI 분야에서는 미-중은 지난 2024년 페루 리마에 있었던 AI 거버넌스 (리마 합의: 핵무기 통제에서 AI의 사용 범위에 대한 최소한의 양국 상호 가이드라인 합의)에서 진전을 이룩하지 못했다. 중국은 보잉 항공기를 이백 대 살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명문화하지는 않았고, 미국이 기대한 5B 프레임은 뚜렷한 의제로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반도체와 인공지능에서는 과연 미국이 중국으로 반도체 규제를 얼마나 풀어줄 것이냐가 원래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 핵심 관계국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강력한 반도체 선단공정용 핵심 공정 장비 수출 규제와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산 AI 칩의 수출 규제가 어디까지 빗장이 풀릴 것인지는 한국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만약 미국이 중국과의 빅딜을 위해, 과감하게 이러한 규제를 모두 해제라도 할 경우, 그간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의 핵심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던 리소그래피 및 에칭 장비, 몇몇 핵심 소재 등에 대해, 중국은 사실상 무제한의 접근권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중국이 한국, 대만, 미국, 일본 등, 반도체 제조 분야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AI 가속칩 역시, 대중 수출이 개방될 경우, 미국의 주요 AI 하이퍼스케일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들과 벌어진 격차를 중국은 대량으로 엔비디아 등의 GPU를 수입하면서 메꾸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한국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GPU 수급에 영향을 주게 될 것임, 그래서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에도 지장을 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 결과, 우려와는 달리, 여전히 반도체 선단 공정 장비는 여전히 규제가 풀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GPU 개방에 대한 공방이다. 미국은 회담장에서 분명히 중국 향 H200 수출의 빗장을 사실상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를 환영하기는 커녕, 그다지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에어포스원에서 가진 기자 회견을 통해 '중국이 H200 구매를 거부했고, 중국이 자신들 것을 개발하기 원한다'라는 언급을 했다. 즉, 중국은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AI 칩을 대량 구매하는 옵션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근거로 중국산 AI 칩의 성능이 충분히 이를 따라잡았다는 것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H200 대중 수출은 이번 정상회담 훨씬 이전부터 논의된 사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13일, H200의 대중 수출을 공식 승인했다. 그런데 중국 세관은 엔비디아 GPU의 중국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백악관과 상무부의 대중 판매 승인을 얻은 후에도 거의 4개월 넘게 H200을 중국에 단 한 장도 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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