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는 나의 신뢰를 빌려주는 일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하면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내가 소개를 받아서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이메일은 어떻게 써야 할까? 영어권에서는 이런 메일을 어떻게 쓸까?
내가 중간 소개자가 되어 A라는 회사에 다니는 a라는 사람과, B라는 회사에 다니는 b라는 사람을 소개한다고 가정하자.
우선 당연한 거겠지만, 이런 메일을 보내기 전에는 내가 a, b와 각각 따로 연락을 해서 소개를 해줘도 좋을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락 없이 이런 메일만 딱 보내고 소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소개받는 입장에서 황당하다. 미리 사전 조율을 다 해서 소개를 해줘도 된다는 허락이 있으면, 그 후에 정식으로 둘을 소개해줘야 한다.
메일에서는 제목만 봐도 이게 소개의 메일인지 정확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 업무 메일에도 온갖 스팸이 오기 때문에, 제목에서 스팸으로 걸리지 않으려면 제목 자체가 명확해야 한다. 따라서 Introduction: A<>B 라고 적으면 꽤 명확하다. 실제 소개는 회사 대 회사를 소개해주는 개념이라 제목에서부터 A, B 회사 이름이 정확히 들어가야 두 사람 모두 이 메일을 넘기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만약 사람까지 넣고 싶다면 Introduction: a(A) <> b(B) 라고 쓸 수도 있다. Introduction이란 말이 좀 기니, Intro: 라고 줄여서 적어도 좋다.
그리고 이메일 받는 사람(to)에 a, b를 모두 넣어서 발송한다. 한 사람은 cc, 한 사람은 to 가 아니라 둘 다 to로 넣는 게 두 사람 중 누구든 먼저 대답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다.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나를 a와 b는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므로 나에 대한 소개는 필요 없다. A 회사의 a와 B 회사의 b를 소개해 준다는 내용과 함께, a와 b에 대한 소개가 필수이다. 두 사람이 맡은 일에 대한 소개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a 또는 b와 업무를 하면서 좋은 기억이 있다면 그런 내용도 추가해도 좋다. 이건 그야말로 내가 보증을 서서 그 사람을 추천하는 격이다. 물론! 진짜 보증을 서서 추천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이런 건 해주도록 하자. 나도 나의 신용을 파는 것이니.
또한 왜 이런 소개를 하게 되었는지도 간단히 써주면 좋다. a가 어떤 논의나 도움을 원하는지, 두 사람이 한 번 만나서 해당 주제로 논의해 보면 좋겠다든지. 거창하게 쓸 필요는 없다. 한두 줄로도 충분히 간단히 뉘앙스만 전달해 주면, 그 이후에는 소개를 요청한 사람이 더 자세히 설명할 테니.
그리고 마지막에는 '둘이 이제는 잘 해봐 나는 빠질께'라는 느낌으로 I'll leave it to you two from here이라고 쓰면서 잘 얘기해보길 바란다는 식으로 맺음말을 맺으면 된다.
보통 메일을 보내면 소개를 요청한 사람, 즉 소개를 요청한 사람이 먼저 답장을 한다. 답장을 할 때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1)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나에게 하고, 2) 나 (소개한 사람)을 bcc로 돌리겠다고 메일에 쓰면서 bcc로 빼서 답장하는 것이다(moving you to bcc). 그래야 둘이서 오고 가는 메일에 내가 빠질 수 있다. bcc로 빼지 않으면, 나의 메일함이 수많은 그 둘 간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고, 내가 볼 필요가 없는 내용도 계속 봐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bcc로 빼줘야지 이게 가능한 거지, 내가 이미 보낸 메일에서 스스로 메일 체인에서 빠질 수는 없으니.
그리고 보통 이렇게 소개를 해주면, 특히 소개를 요청한 쪽에서 별도로 나에게 카톡이나 whatsapp, 또는 이전에 대화를 나눴던 메일로 고맙다는 인사가 따로 온다. 그 후에도 소개를 요청한 쪽에서는 보통 차후 진행상황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 주는 경우도 있다. 둘 간에 잘 이야기가 되었다거나, 한 번 만났다거나, 잘 안 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해 본다는 등등. 이런 게 필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소개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팔로우업을 잘해주는 것이 좋은 인상을 남긴다.
소개해주는 것이 뭐가 대수냐 싶지만, 이건 사실 나의 신뢰를 빌려주는 행동이다. 내가 소개를 요청한 사람을 보증하면서 나의 신뢰도도 같이 팔아서 소개를 해주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내가 좀 껄끄럽고 별로 미덥지 않은 사람이라면 약간의 핑계를 대서라도 소개해주지 않는 것이 낫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소개하는 행위가 내가 보증해서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조심스러워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다. 좋은 소개는 결국 소개자의 평판이 묻어서 함께 따라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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