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카민스키의 바카라 <이향인> 리뷰
'성공한 인생'에 대한 조건은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최근 큰 도움을 받은 바카라이 있다. 라미 카민스키의 <이향인>이다. 바카라 끝을 접는 것이 습관인데, 이 바카라을 읽으며 연신 끄덕이며 접고 또 접었다. "누군가 나를 오랫동안 관찰했나?"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나는 바카라에서 언급한, 이향인이기 때문이다.
이향인이란, 내향인과 외향인이 아닌 제3의 성향을 일컫는다. 저자는 '안'도 '밖'에 아닌, 남들과 '다른' 방향을 뜻하는 otrovert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향인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성격 특성을 보이는데, 문제는 다른 사람은 쉽게 구분할 수 없다. 공감 능력이나 친화력은 뛰어나고, 겉으론 잘 적응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슬롯적 집단에 진정으로 속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바카라을 읽을수록, 나의 학창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멀쩡하게(?) 슬롯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어울려 노는 친구 그룹이 없었다. 친한 친구가 몇 명 있긴 했지만, 집단 활동에는 늘 '거리감'이 있었다. "나는 왜 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고.
이후, 의식적으로 '다른 모드'로 살아본 적도 있다. 우르르 어울려 다닌다거나.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면 끝내 혼자인 시간으로 돌아왔다.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관계 속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의 위치를 '경계인'으로 정의하고 있고, 한 발짝 떨어져 조직과 사람을 관찰하는 역할이 내겐 더 익숙하다.
HR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다양한 유형 검사를 경험했다. DiSC, MBTI, Big 5, TCI, 에니어그램, 교류 분석 등 각 도구마다 나름의 관점이 있기에, 나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향인'에 끌린 이유는 지금까지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이 쉽게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BTI만 하더라도, 나는 내향-외향에서 늘 '반반'이라고 답했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질이 있으면서도, 또 강의처럼 역할이 주어질 때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힘을 받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향인일 수 있다.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카라에 다양한 내용이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공감하는 부분을 모아보았다.
1. 집단보다 일대일 만남을 선호한다. 모임에 가서도 한 사람과 깊이 대화한다. 적극적 사교 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 내가 가장 난감한 시간이 명함을 주고받는 네트워킹 시간이다. 가능하다면 그 자리를 피해, 구석에 가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걸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2. 자신의 생일 파티나 단체 축하 행사는 되도록 피한다. (그렇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 생일은 제발 빠르게 넘어갔으면 좋겠다.)
3. 업무를 여럿이서 하기보다 혼자 하기를 선호한다. (절반 정도 맞다. 협업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업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4. 특정 스포츠팀이나 모교에 애착을 느끼지 않는다. (무릎을 쳤는데, 정말 그렇다. 야구, 축구 등 특별히 응원하는 팀 자체가 없고, 졸업한 학교에 대한 애착도 거의 없다.)
5.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뿐, 대중적 유행에는 관심이 없다. (맞다. 물론 너무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늘 뒤처져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역만큼은 분명하게 좋아한다.)
6.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명확한 역할이나 임무가 주어지면, 당당하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박수를 쳤는데, 정말 그렇다. 예를 들어 송년회라고 치면, 나는 송년회를 관객으로서 즐기는 것보다 차라리 진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성향이 스스로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향인의 특성이라고 나와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7. 자신의 견해와 신념이 분명하고, 관심사의 폭이 좁고 깊다. (맞다. 내가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고, 그것을 갈고닦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단, 견해가 분명하다는 점은 강점이자 약점이다. 보다 깊이 있게, 서로의 견해를 주고받는 대화는 좋아하지만, 그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가볍게 이뤄지는 대화는 잘하지 못한다. 이런 대목도 있었는데 공감했다. "이향인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그것이 곧 깊은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8. 이향인은 단지 어떤 생각을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그 생각의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생각 자체다. (매우 동의하며, 실제로 아들에게 늘 강조하는 메시지다. "많은 사람이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맞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믿는다. 물론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순응에 대한 요구도 커지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그 영향인지, 아들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잘못 알려준 정보' 나 '잘못 출제된 문제'들을 잘 발견해서 교정하는 편이다. 선생님이라고, 혹은 출제된 문제라고 해서 당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또한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이 옳다면, 그의 지위나 권위, 소속과 상관없이 옳은 것이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가 중요한 직업
타인과 접촉하는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시간을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직업
집단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나머지와 분명히 구별되는 직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
컨설턴트,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로 이어질 수 있는 직업
예측 가능한 일상이 보장되는 직업
마지막으로, 이향인이란 성향은 HR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될까 안 될까? 나는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HR로서 늘 어렵고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HR은 조직의 중요 정보를 많이 취득할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권력 집단이 되기도 한다. 또 본인 조직에 너무 애착을 갖게 되면 진짜 문제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알더라도 솔직히 말하기가 어렵고.
하지만, '이향인'이라는 속성은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스스로 조직 경계에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선명히 보이는 편이다. 또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보단, '옳고 그른지'를 중심에 두고 발언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나 또한 조직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에 강점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마도 이향인으로서의 강점이 발휘된 것이 아닐까.
이향인이란 바카라을 읽으며 지금까지 내 삶, 그리고 관계들을 다시 돌아보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의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한때 자신과 분투했던 시절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세상에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 바카라이다. 앞으로 살아갈 나에게도 약간의 위안, 그리고 용기를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모든 이향인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