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고르는 사람

궁합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다면

by운채





일요일 아침이었다. 탄이가 현관문 앞 대리석 바닥에 턱을 대고 엎드려 있었다. 나가자는 말을 하지 않고 산바카라을 가는 탄이만의 방법이다. 밤하늘 같은 까만 두 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는 괜히 미안해진다.


가방을 들었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탄이가 일어섰다.

다이소까지는 걸어서 갈 만한 거리다. 얼마 전 장만한 탄이의 전용 개모차를 끌고 시원한 아이스팩을 바닥에 깔았다. 물통에 얼음을 채우고 집을 나선다.


아침 일찍이라 매장은 한산했다. 요즘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숏츠에 올라온 물건들이 하루 만에 동나고, 진열대 앞에서 휴대폰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통로를 막는다. 그 시간을 피하려면 아침에 와야 한다.


키친타월을 담았다. 세제를 담았다. 표백제를 담았다. 처음에는 유행 때문에 들렀던 곳인데, 몇 가지는 벌써 몇 통째 같은 것을 쓰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도 하나 집었다. 계산대에는 앞에 아무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카페에 들렀다. 탄이와 자주 가는 곳이다.

탄이는 요즘 이 동네 카페에서 유명하다. 문이 열리면 먼저 가서 사람을 맞는다. 다른 개들이 짖어도 앉아서 기다린다. 덤비지 않고, 짖지 않는다. 곰돌이 컷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람들은 탄이더러 여기서 손님 맞는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한다. 농담인데 절반은 진담이다.


탄이는 넓은 홀을 한 바퀴 돌고, 누군가의 발치에서 애교를 부리다가, 의자에 올라가 손길을 받으며 낮잠을 잔다. 카페 주인은 탄이가 하루라도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된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장바구니를 풀었다. 표백제를 싱크대 아래에 넣었다.

밀린 일이 있었다. 전화 상담을 하는 사이트에 답을 못 한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하나씩 답을 보내는 중에 전화가 왔다. 예전에 상담했던 사람이었다.


친한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길에서 궁합을 봤는데 남자친구의 사주가 아주 나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사업운도 재물운도 좋지 않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나중에 아파서 일찍 죽을 수도 있다고. 정작 궁합은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친구가 울먹이며 자세한 얘기를 전했고,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길에서 사주를 봐준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상담사였다고 했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알 것 같았다. 옛날 방식으로만 보면 그렇게 읽히는 자리가 있다. 지금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보지 않고 배운 대로만 짚으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나는 걱정거리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사업운과 재물운, 건강운. 그리고 죽음까지. 하나씩, 괜찮은 때와 조심할 때를 짚어 주었다. 평소 조심할 것과 그때 조심할 것을 나누어 일러 주었다. 병원을 자주 찾고 건강검진을 제때 받으라는 말도 했다. 그녀는 왜 사주를 보는 사람마다 다른 거냐고 물었고, 나는 해석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있었다. 사주를 아직도 저렇게 보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사주 여덟 글자 안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것과 살아갈 것이 다 들어 있다. 그중에서 무엇을 골라 말해 줄지는 보는 사람이 정한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무서웠다. 내 앞에 드러누워 한숨만 내쉬는 유명 점쟁이를 바라보며 나는 왜 태어났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사주 공부를 시작했다.


창밖이 아직 밝았다. 탄이가 현관 대리석에 다시 턱을 괴고 밤하늘 같은 두 눈을 반짝인다. 코가 벌렁 인다.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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