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지나간다

힘든 시간을 건너가는 방법

by서박하

지난 소박한 투자일기 이후에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바빠도 의지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글을 쓸 수 있다고 오만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마음에 여유가 하나도 없고 삶이 너무 버거워지면 글조차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기 같이 끄적이는 것들은 계속했는데 도저히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 내 안의 찌꺼기들이 요동치는데 그것들을 정제하고 공감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글을 쓰고 나서 결국 후회하며 삭제하게 될 것이며 또 보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기와 글쓰기는 좀 다른 영역인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여러 가지 일들이 몰아치는 지난 2년 반, 아니 3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설명하기도 힘든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아니 사실 현재 진행형이긴 합니다. 정말 눈앞이 깜깜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서 애를 썼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는 걸 어제저녁 퇴근길에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갑자기 이제 출퇴근하며 조금 남는 시간에 글을 쓰면 되겠다고 말이죠.


저는 대중교통을 3번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광역버스-지하철-셔틀, 이렇게 3번의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리고 그 사이에 2-30분 정도 셔틀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실 셔틀 시간에 딱 맞춰서 나가면 왕복 2시간 30분 정도로 줄어들긴 하는데 버스나 지하철이 너무 붐비기 전에 나가기 위해 조금 여유 있게 움직입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에너지 소모가 심해서 출근도 전에 지쳐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셔틀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버거킹에서 1500원 커피를 시키고 일기를 끄적이거나 밀린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 시간에 글을 써야지라고는 생각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저녁에 퇴근하면서 이제 글을 쓰고 싶은데 언제 쓰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그 시간을 활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저는 글을 쓰는데 1-2 시간 정도는 걸립니다. 글은 몇 시간이라도 묵히는 걸 좋아합니다. 단숨에 글을 써서 올리면 결국 수정을 하게 됩니다. 초안을 빠르게 쓰고 이후에 수정을 하면 훨씬 구조적으로 글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데 물론 AI는 쓰지 않습니다. 글을 쓰며 뇌를 쓰는 즐거움을 AI에게 넘기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업무용으로는 열심히 3개 정도의 AI와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즐거움은 저에게 너무 큰 영역이라서 마지막까지 직접 하고 싶습니다. (시대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부지런히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면 아마 일주일에 2-3개 정도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도 다시 좀 운영해보려고 하는데 작게 이것저것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년여간 평안히 글을 쓰고 싶어도 도저히 쓸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글이 써지는 것을 보면 한 단계 힘든 시간들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상황이 작년 여름에 비해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직을 하긴 했습니다) 달라지게 있다면 제 마음이겠지요.


힘든 시간을 여러 번 건너왔지만 이번은 특히나 매우 혹독하고 어려웠습니다. 우주에 혼자라는 마음에 지치고 눈물로 잠든 날이 정말 많았습니다. 잠든 아이를 끌어안고 소리 죽여 울던 밤들이 어느덧 예전에 읽었던 소설처럼 느껴집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이제는 다시 봄이 오려는 걸까요?


각자의 고통은 각자의 것이기에 어떠하다 말하기 어렵지만 결국 지나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단 하나의 조건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어려움에 맞서 싸우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할 만큼 어려운 시간 앞에서는 그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 -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어려운 일입니다. 지나는 시간에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 그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마 또다시 어려운 시간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때에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매일 살아남기 위해 또 애써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또 이렇게 마음을 나누며 글을 쓰려합니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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