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의 먼지

흐려진 시야를 통해 자신을 배워가는 시간

by서히

아침에 창문을 바라보니
얇은 먼지층이 창문 유리 위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바쁜 나날이었던 것도 아닌데,
제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창은 천천히 투명함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먼지는 게으름의 흔적이라기보다
시간이 쌓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지나간 바람, 잔잔한 습기,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하루들이
고요하게 남긴 결과물이었습니다.


마음도 이 창처럼
어느 순간부터 조금 흐릿해질 때가 있습니다.
선명하게 보이던 일들이 갑자기 멀어지고,
평범한 풍경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 흐릿함 속에는
제가 지나쳐온 나날의 피로와 생각들이
아주 얇은 먼지처럼 얹혀 있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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