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화분? 쓸모없는 것들

문장소감 365 #day6

by김솔솔


쓸모 있는 것만 찾는 요즘, 시, '쓸모없는 이야기'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다정한 사람의 어깨에 기대듯, 진은영 시에 기대어 본다.

쓸모없는 이야기


종이
펜
질문들
쓸모없는 거룩함
쓸모없는 부끄러움
푸른 앵두
바람이 부는데
그림액자 속의 큰 배 흰 돛
너에 대한 감정
빈집 유리창을 데우는 햇빛
자비로운 기계
아무도 오지 않는 무덤가에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 가시들
아무도 펼치지 않는
양피지 바카라
여공들의 파업 기사
밤과 낮
서로 다른 두 밤
네가 깊이 잠든 사이의 입맞춤
푸른 앵두
자본론
죽은 향나무숲 내리는 비
너의 두 귀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창비>


2. 덧붙여서


깨진 화분

구멍난 풍선

방전된 모바일

부러진 다리

이런 거?


잘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러쿵저러쿵 두는 훈수

그거 예전에 다 해 봤다며 아는 척

그 바카라 다 보았다며 끄덕끄덕

그건 그런 말이 아니라며 끼어들어 정정

'나만 사는 게 이렇게 힘들지' 징징징 투정 늘어놓는 소리

장애인 시위 보고 '씨발, 저것들 누가 안 잡아가냐' 욕설 후, 하느님 사랑 운운하는 어떤 이의 인스타 스토리

내가 당신을 이렇게 강하게 챌린지 하는 건, 니가 성장하라고, 다음번엔 날 만족시킬 만한 안을 가져오라는 상사

또,

또,

또,


개똥만큼도 쓸모없는 것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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