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벽

오래된 나의 도벽을 고백합니다.

by이세벽



도벽

이세벽



나에겐 말이지요

젖먹이 아기였을 때부터

도벽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도벽 때문에

마음이 몹시 괴롭습니다

도벽을 누르고

도벽을 꾹꾹 누르고

도벽을 발로 밟아 죽이고

도벽을 내다 버려도

그때뿐입니다

도벽은 어느새 고개를 쳐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립니다

나도 괴로워 미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지갑이나

값나가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을까 너무 두려워는 마세요

나는 도둑이긴 해도

그런 건 절대 탐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은

오직 당신의 심장

당신의 흔들리는 그 마음입니다

당신에게 빈틈이 보이면 말이지요

나는 어느 순간

당신의 심장을

순하디순하고

예쁘디예쁜

그 마음을 훔쳐버립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심장을

아버지 마음을

통째로 훔쳐서는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가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아내에게서 훔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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