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못하는 며느리와 요리 잘하는 시어머니

by선홍


요즘도 매주 일요일마다 시어머니를 뵈러 간다.


이야, 상당한 효부구먼 그래,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시어머니가 가족 모이는 걸 좋아하셔서 가긴 하는데, 나보고 저녁 차리라고 했으면 안 갔을지 모른다.


솔직히 귀찮아, 일요일 저녁이면 집에 널브러져 짜파게티나 먹어야 정석이지, 시댁 가고 싶은 며느리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남편에게 네 엄마 때문에 피곤하다는 듯 투덜투덜 대면서도 간다. 시어머니를 좋아하니까.


인생에 나를 아껴준 여자가 두 명 있다면 한 명은 친정엄마이고, 나머지 한 명은 시어머니다.


시어머니와 나는 심지어 같은 성씨다. 최초로 날 아껴준 여자는 나와 성이 달랐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시어머니와 난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 피곤하다는 점.


난 혼자 있고 싶은데 시어머니는 자꾸 자식들을 부른다. 똑똑한 요즘 며느리들처럼 세련되게 피하는 법을 모르는 난 투덜대면서도 간다. 아들과 엄마 사이가 벌어졌으면 좋겠다, 못된 생각 하면서.

그래놓고 막상 가면 머리 아플 정도로 떠들고 온다. 시어머니가 수다 떠는 걸 좋아하시니까.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무도 내게 집밥 해주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내겐 시어머니가 계셨다.


시어머니는 대식구의 맏며느리 인생을 살아오셔서 그런지 손도 크고 음식도 맛있다.

반면에 나는 손도 작고 요리도 못한다.

시어머니 밥상에 별거 없는 된장찌개, 두부구이, 나물이지만 맛있어서 와구와구 먹게 된다.

나이 드셔서 더는 힘차게 요리 못하시고 간도 좀 안 맞지만 맛있게 먹으면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맛있게 먹는다.


요리 잘하는 시어머니와 요리 못하는 며느리의 궁합은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시어머니가 "넌 왜 솜씨가 그따구냐!" 타박하셨으면 못된 나는 발길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요리베테랑이면 세련되지 못한 시어머니 음식을 폄하했을 수도 있고.

"어머니가 만든 건 계란프라이도 맛있어요" 하면서 내가 쩝쩝대면 시어머니는 내 팔자야, 하듯 웃고 마신다.


집에 돌아오는 내 손에는 마늘 빻은 것, 옥수수 찐 것 등 있는 대로 나눠준 시어머니의 배려가 들려있다.

예전에는 돈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걸, 속으로 귀찮아했지만 이젠 직접 만들어준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귀히 여긴다.


여자 나이 오십은 넘어야 철이 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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