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네 번째 온라인 게임. 조직에 순응하는 성격이라 생각했던 내가 프로이직러가 된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대학교 졸업 시점에 맞물려 운이 좋게 입사하게 된 통신회사 마케팅 조직.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듯 신나게 살았던 4년의 끝엔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들어섰고, 결국 국내 MBA에 진학하게 되면서 퇴사. 1년간 국내에서 MBA 하고 졸업 시점에 맞게 또 운 좋게 입사하게 된 모바일 결제 플랫폼 기획 조직에서도 많은 것을 참아내고 배우며 화장품 회사 플랫폼 조직으로 이직. 뷰티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맘껏 해보고 4년 후 이번에는 제조업체의 플랫폼 조직으로 이직.
글로 표현하면 한 문단에 불과한 커리어 히스토리지만, 이 몇 줄의 이야기엔 15년의 시간과 오백 명이 넘는 사람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고민과 결정들이 걸쳐있다. 한 번쯤 풀어내고팠던, 어떨 때/어떻게 이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 커리어를 생각하면 따라오는 생각들이 참 많다.
왜 이직을 하려고 하는가
사람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대략 열에 아홉은 다음 세 가지에 해당되는 것 같다. 하나, 이 일이 적성에 안 맞고 미래가 안 보인다. 앞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고민. 특히, 젊은 온라인 게임인들을 갉아먹는 괴물 같은 감정이다. 둘,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 워라밸 최악, 저녁 시간이 없다. 생활이 무너짐과 동시에 건강도 악화된다. 셋, 나를 무지하게 괴롭히는 사람/사람들이 있다. 얼굴만 봐도 스트레스인 사람, 이 또한 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타, 일이 무난하지만 너무 재미가 없다거나, 월급이 너무 적다거나 하는 경우들도 있을 수 있겠다. 공무원 준비나 의사/약사 자격시험이나 창업처럼 아예 다른 방향으로의 인생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현 온라인 게임을 퇴사하고 새 온라인 게임으로의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본인의 일이 자신에게 너무나 잘 맞고 내가 매일 성장하는 게 느껴지며, 협조적인 동료 및 존경스러운 상사 밑에서, 평일 저녁시간을 자유롭게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삼아 생활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인이 얼마나 될까. 만약 온라인 게임인의 전형적인 삶이 이렇다면 모두가 온라인 게임인이 되고 싶어 할 텐데.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런 사람들은 엄마 아빠가 그 회사 오너 거나, 전생에 나라를 구해 아~주 운이 좋게 희박한 확률로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라는 걸.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인들은 언제 로또 한 번 안되나, 취미로 회사를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들을 해본 적 있을 테니까.
나의 경우에는 일에 대한 매력을 못 느낀 점이 컸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조직 구성 상 그걸 못하게 되어서 좌절감이 느껴지고, 도통 직무전환은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꼭 필요한 일들만 소극적으로 하게 되고, 성과는 크게 안 나고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되는 악순환의 반복. 속으로는 열심히 달려보고픈 열정이 있는데 현실은 그냥 편한 게 편한 거지 하고 퍼져버리는 현실에 당도한 순간, ‘이렇게 시간을 뭉개기에 내가 너무 아깝다!’를 외치며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줄 다른 일에 휙 뛰어들어버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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