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 효과
백의성 고혈압을 영어로는 'white coat syndrome' 혹은 'white coat effect'라 부른다. 정식 의학 용어로 등재되어 있고, 진료 지침에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명시되어 있다. 이름이 붙은 순간 그것은 관리 가능한 대상이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같은 경험을 했고, 이미 연구되고 분류되고 대응바카라까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이름이 없으면 그저 "나는 왜 이럴까"로 남는다. 혼자만의 이상 증상처럼 느껴지고, 설명할 언어가 없으니 점점 더 막막해진다.
일상의 불안에도 이름을 붙여본다. 월요일 아침 특유의 무거움에는 '월요일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이미 있다. 발표 직전의 심장 두근거림은 '수행 불안performance anxiety'이다. 누군가의 문자에 답장을 미루게 되는 마음은 '회피성 긴장'이라 불러도 좋고,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이 떠나지 않는 상태는 '전환 실패transition failure'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다. 이름이 꼭 정식 의학 용어일 필요는 없다. 나만의 언어로 붙여도 괜찮다. 나는 회의 직전에 찾아오는 특유의 초조함을 '입구 긴장'이라 부른다. 방에 들어서기 직전, 딱 그 순간에만 몰려오는 불안이라는 뜻이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그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을 만든다. "나는 불안하다"가 아니라 "나에게 지금 흰 가운 효과 같은 것이 일어나고 있다"로 바뀌면, 그 감정은 나를 통째로 삼키지 못한다. 관찰의 대상이 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거리두기cognitive defusion'와 비슷한 원리다. 감정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있을 때는 빠져나올 틈이 없지만, 이름을 붙이고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순간 그 감정은 나를 규정하는 절대적 사실이 아니라, 잠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상태가 된다. "나는 지금 입구 긴장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 긴장의 크기가 조금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