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byRyan Son

계약은 확신을 요구하지만, 프로젝트 현실은 미확인 상황.


2024년 생성형 AI 분야의 민간 투자는 약 339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데이터브릭스는 100억 달러를 조달하며 62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AI 기술과 기업의 전환 가능성에 얼마나 큰 자본과 기대가 몰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그런데 나는 최근 이 거대한 숫자보다 훨씬 작은 순간에 관심을 갖게 됐다.


AI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컨설턴시와 고객사가 프로젝트의 범위와 비용, 목표를 정하는 순간.


보통 컨설턴시는 자신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 고객사는 무엇을 원하며, 왜 이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조직 안팎에 설명해야 한다.


거래가 성립되려면 양쪽 모두 어느 정도 확신을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에 양측은 눈 앞의 프로젝트의 현실을 정말 충분히 알고 있을까.


프로젝트가 개입하는 곳과 성패가 결정되는 곳


얼마 전 AI·AX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소수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작은 탐색 설문을 진행했다. 6명 중 4명은 프로젝트가 직접 개입한 조직의 영역과, 실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 영역이 달랐다고 답했다. 3명은 AI 도입 후 현업에 새롭게 생긴 검토와 확인 업무가 프로젝트 시작 당시 충분히 예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작은 조사다. 다만 이 응답들은 내가 계속 품고 있던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줬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설턴시와 고객사는 각각 무엇을 알고 있을까. 무엇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검증하지 않았을까. 무엇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발견하지 못했을까. 같은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다른 현실을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업적 확신과 인식의 불확실성


나는 이 순간을 다음과 같이 표현해보고 있다.

Commercial certainty ↔ Epistemic uncertainty

상업적으로는 확신을 요구받지만, 인식의 차원에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상태.


고객사가 전달한 요구사항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부의 가정일 수 있다. 문서에 정리된 업무 절차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판단과 예외 처리, 비공식적인 협업 방식을 담지 못할 수 있다. 또는 프로젝트를 구매하는 사람, 시스템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 결과에 바카라임져야 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도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영업과 계약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어렵다. 고객사가 “아직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면 프로젝트 준비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컨설턴시가 “현재 정보만으로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하면 역량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렇게 아직 가정인 것이 요구사항이 되고, 아직 모르는 것이 프로젝트 범위 밖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에야 이런 말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그 업무까지 포함된 줄은 몰랐습니다.”

“그 결정은 고객사가 하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현업에서는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기술 구현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작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작은 웹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AI Business Context Map

https://context.rockbrie.com/


사용자가 초기 AI 프로젝트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사업 맥락을 지도처럼 구성한다.

프로젝트가 만들려는 변화

현재의 업무와 흐름

사람과 바카라임

규칙과 제약

인간의 판단과 지식

조직과 시스템의 경계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안에 존재할 수 있는 모순과, 구축 전에 나눠야 할 대화, 추가로 확인해야 할 증거를 제안한다. 물론 아직은 몇 가지 규칙과 키워드에 따라 작동하는 초기 실험이다. 프로젝트를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전문가의 판단을 대신하는 제품은 아니다.


내가 지금 확인하고 싶은 것은 더 작고 단순하다.

-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평소의 브리프나 킥오프 과정에서는 지나쳤을 질문을 하나라도 발견하게 되는가.


다음에는 양쪽의 답을 비교해보고 싶다


앞으로는 컨설턴시와 예비 고객사가 같은 프로젝트에 대해 각각 독립적으로 답하도록 발전시켜보고 싶다.

각자가 알고 있는 것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Known — 증거를 통해 확인한 것

Assumed —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검증하지 않은 것

Unknown — 현재 모르는 것

Disputed —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

목표는 모든 답을 억지로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른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도 정렬이다.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결과다.


그 차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브리프에는 확정된 목표뿐 아니라 다음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정

현재 남아 있는 불확실성

양측이 다르게 이해하는 영역

추가로 확보해야 할 증거

결정을 내릴 사람

범위나 비용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조건

잘 작성된 브리프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문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며,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양쪽이 솔직하게 인정한 문서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나는 당분간 이 작은 순간을 더 살펴보려 한다.

상업적 확신과 인식의 불확실성이 만나는 순간.


AI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오해는 언제 처음 모습을 드러낼까. 그리고 그것을 계약 이후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발견할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