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의 나를 다시 만나러 갔다

by뚜벅초


아이가 7살이 됐다.

곧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니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졌고 때로는 숙제를 시키며 과도할 만큼 겁을 주게 됐다. 고작 글자 몇 개 쓰는 게 귀찮으면 나중에 학교 가서 어떻게 할 거냐고 공갈협박을 하는 날도 있었다. 학교에 가면 또래 아이들도 더 거칠어지기 때문에 운동도 싫어하고 인형 놀이나 좋아하는 아이가 혹시나 적응을 못 하고 당하게 될까봐 미리부터 겁이 났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경쟁의 레이스에 마음으로는 반대하면서도 자꾸 '초등 입학 전이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한편으로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줘야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공부 정서'가 생긴다는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 제대로 해 두지 않으면 부모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영유'는 보내야지 하고 누군가는 자기 이름만 읽을 줄 알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하는 세상에서 자꾸만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대체 부모노릇은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

그리고 나는 어쩌자고 이런 어려운 길을 겁도 없이 선택해버렸나.


예민하고 에너지가 낮고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내게, 육아는 매번 다른 형태의 고비가 찾아오는 거대한 의무로 이뤄진 장벽과 같았다.

심지어 종종 어린 시절의 치유받지 못한 상처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상처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까봐 늘 두려웠다.

아, 젊은 날을 남들보다 몇 배나 고통스럽게 지냈다면, 이제는 좀 편하게 살기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배우자와 함께 서로 상처나 보듬으면서 살면 차라리 나았을까. 꼼짝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삶에 숨이 턱턱 막혔다.


내가 다니는 온라인 게임에도 내 또래의 비혼인, 결혼했지만 자녀가 없는 동료들이 다수 있다. 그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결혼하지 않는 삶도, 출산하지 않는 삶도 과거에 비하면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는 이 시대에 나는 왜 그렇게 당연한 듯 임신 출산을 선택했을까. 모든 것이 힘에 부치는 날에는 스스로를 원망했다. 어쩌면 고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10대와 20대를 지나, 이제 조금 숨통이 트였던 30대 초반 찰나와도 같던 생의 정점에서 나는 마치 '죽음을 잊어버린' 황제와도 같이 모든 것이 그저 잘 되리라고만 착각했던걸까. 나는 그 철부지 같던 수 년 전의 젊은 나를 만나면 한 소리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부모로 사는 것은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라고. 나를 온전히 갈아넣어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그럼에도 언제나 행복해야만 한다는 말장난 같은 의무까지 생겨버린다고.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했다. 아무리 얼토당토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도 그 일로 인해 뭔가 배워야 할 구석이 있기에 그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정말 묻고 싶었다.

왜 이번 생에 나는 부모가 되기로 선택했나요?

그리고 왠만한 인생 문제의 답은, 대부분 내 안에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 언제나 살고 있는, 나의 가장 취약하고 내밀한 나를 만나기로 했다.

나의 내면아이.

아마도 영원히 미취학 아동의 모습을 하고 있을,

어쩌면 지금 내 아이만한 모습의 나.


그 아이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여 전이었다.

한창 명상에 입문하던 시절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다 내면아이 명상을 해 보게 됐다. 명상 상태에서 나는 가이드의 음성에 따라 울창한 숲길을 걸었다. 빛조차 잘 들지 않는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난 길을 걸었다. 풀잎가에 묻은 차가운 이슬방울이 발목에 닿았다. 쌔한 풀냄새가 났다. 좀 걸으니 안쪽에 바위를 쌓아올린 듯한 동굴이 보였다.


"자, 이제 당신의 내면아이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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