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경이 어느 때보다 많이 인용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협하게 사용되는 시대입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해방'과 '정의'의 언어로 성경을 사용하고,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질서'와 '전통'의 이름으로 성경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양쪽 모두 성경을 가지고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물음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구약학자 리처드 코긴스(Richard J. Coggins)가 그의 논문 「예언: 참과 거짓(Prophecy—True and False)」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고대 이스라엘에서 '거짓 예언'의 문제는 단지 사기꾼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진리관을 가진 집단들이 자신의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해 상대를 '거짓'으로 낙인찍는 이데올로기 전쟁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더 나아가, 예언이 역사 속에서 문자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후대 공동체들은 텍스트의 역사적 대상을 바꾸거나 성취의 시간 단위를 상징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그 예언의 '참됨'을 어떻게든 사수하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니엘서의 저자는 예레미야의 칠십 년 예언을 역사적 상황이 변하자 과감히 재해석했습니다. 예레미야 29장 10절은 70년을 문자 그대로 믿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 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실제로 약 70년쯤 지났을 때 고레스의 칙령으로 유다 백성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성전도 짓고 성벽도 쌓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예레미야가 말한 찬란한 회복과 영광이 곧 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포로에서 돌아온 지 수백년이 흘렀음에도, 이스라엘은 독립된 영광을 누리기는 커녕 거대한 제국들의 지배를 번갈아 받으며 압제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당시 유대 공동체는 엄청난 신앙적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약속하신 70년의 해방과 회복의 기한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이방 제국의 말도 안 되는 폭정 아래 신음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약속은 가짜였는가?”
바로 이런 실존적 고통과 신앙적 위기의 한복판에서 다니엘서는 예레미야의 70년을 재해석했습니다. “네 백성과 네 거룩한 성을 위하여 일흔 이레를 기한으로 정하였나니 허물이 그치며 죄가 끝나며 죄악이 용서되며 영원한 의가 드러나며 …”(단9:24). 여기서 이레는 히브리어로 7을 뜻합니다. 즉 1이레는 7일이 아니라, 7년을 의미하는 상징적 단위입니다. 다니엘이 말한 70에 7을 곱한 기간은 490년을 의미하는 영적인 타임라인이었습니다. 다니엘서는 예레미야의 예언을 종말론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마태복음의 저자는 호세아 11장 1절의 "내가 이집트에서 내 아들을 불렀다"는 말씀, 즉 과거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역사를 가리키는 구절을 예수 가족의 이집트 피난과 귀환이라는 전혀 다른 사건의 '성취'로 재구성했습니다. 이 모든 시도는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자기 공동체의 정통성을 지키려는 절박한 신학적 욕구 아래 예언의 성취를 재구성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코긴스의 폭로가 가장 불편하게 빛나는 지점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통상 '참 예언자'의 고발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가 3장 5절의 선언—"먹을 것이 있으면 평화를 외치고, 없으면 전쟁을 선포하는 예언자들"—조차도, 코긴스는 그것이 당대 라이벌 집단을 향한 치열한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산물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성경이 최종적으로 전승한 미가의 목소리조차 역사적 맥락 안에서는 서로 다른 진리관이 충돌하는 진영 간 투쟁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불편한 사실은 우리를 혼란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질문으로 인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근거로 오늘날 성경을 인용합니까? 그 인용의 동력이 진리의 탐구입니까, 아니면 진영의 정당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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