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성 포함 (2.9 / 5.0)
[Con사이트] 웹툰은 재미있었을 듯…영화적 재미는 아쉬웠던 <전자오락수호대> 리뷰 (*스포일러성 포함)
올림의 콘텐츠코치
70년대생이다.
아버지 세대가 기억하는 ‘인베이더’는 잘 모르지만 ‘갤러그’는 안다. 조이스틱으로 즐기던 ‘보글보글’과 PC 기반의 ‘마성전설’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 시절 전자오락의 추억을 제법 선명하게 간직한 나이다.
사실 웹툰 원작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번 주 신작들을 살펴보다 <스트리트 파이터>보다 조금 더 구미가 당겨 선택한 작품이 바로 <전자오락수호대>다.
제목부터 향수가 풀풀 풍긴다.
PC방 대신 오락실, 인형뽑기 대신 50원, 100원짜리 동전을 넣던 게임기. 누가 더 좋은 조이스틱을 갖고 있느냐가 부러움의 척도였던 시절이다.
영화 자체의 재미를 떠나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나름의 매력을 지녔다.
애니메이션에 12세 관람가라는 등급이지만 “대리님”, “잘려”, “이직해”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들도 등장한다. 여전히 온라인 게임이라는 전장에서 살아가는 미생에겐 이런 대사마저 남다르게 들렸다.
한마디로 평한다면 이렇다. “영화보다는 웹툰, 그 바탕에는 추억팔이.”
## ‘복고’와 ‘아날로그’의 포지셔닝
7080 음악, 레코드판, 폴라로이드 사진….
디지털 시대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아날로그의 유산들이다.
패스트(fast)와 대비되는 슬로우(slow)의 미학,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순간의 포착, 듣는 음악을 넘어 직접 부르는 노래의 즐거움까지.
아날로그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매력으로 소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자오락수호대> 역시 이런 복고의 정서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게임 속 주인공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조력하는 존재들. 유저가 게임을 완주하기 위해 누군가는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설정은 제법 흥미롭다.
다만 발상 자체가 아주 참신한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변주돼 온 설정이기에 무릎을 탁 칠 만큼의 신선함까지는 없었다.
무엇보다 웹툰이라면 재미있게 읽었을 법한 이야기가 영화로 옮겨지면서는 기대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했다.
소재는 매력적이었지만, 영화적 쾌감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할까.
## 간만에 만난 12세 관람가
영화업계에 몸담아 본 사람들은 안다.
영화 제작·배급·마케팅 현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관람등급 중 하나가 바로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사실을.
이유는 간단하다.
전체관람가는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고, 12세 관람가는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 반면 청소년 관람불가는 관객층 자체가 제한된다.
15세 관람가는 상대적으로 폭넓은 관객층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상 매력적인 등급이다. (*물론 15세 미만 관객도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하면 관람할 순 있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표현이 넘쳐나는 요즘,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12세 관람가’라는 표시가 오히려 반가웠다.
그 또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작은 이유였다.
막상 보고 나니 어린 관객들이 이야기의 흐름과 온라인 게임생활을 빗댄 설정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를 위한 작품은 아닌 셈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진짜 겨냥한 관객은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보다 오락실을 추억하는 어른들인지도 모르겠다.
완연한 지천명이다.
몸도 예전 같지 않다. 한때는 자정까지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이제는 밤 9시만 되면 슬슬 졸음이 밀려온다.
그렇게 반백 년을 살아가는 요즘, 영화 한 편 덕분에 잠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50원짜리 동전 하나에 마음이 설레고, 게임 한 판을 더 하기 위해 조이스틱을 놓지 못하던 그때 말이다.
물론 추억만으로 영화의 아쉬움이 모두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큰 기대 없이, 잠시나마 순수했던 시절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적 재미는 다소 부족했지만, 추억을 소환하는 데는 성공했다.
어쩌면 내가 보고 싶었던 건 게임 속 세상이 아니라 그 게임을 즐기던 어린 시절의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낫 배드(Not bad). 그렇게 잠깐의 시간여행을 마쳤다… (to be continued)
P.S. 약간의 실사가 가미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니메이션만으로는 영화적 흡인력이 다소 약했다. 웹툰 원작 실사화의 틈새를 노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이었다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도 있었을 터. 물론 흥행 가능성까지 묻는다면… 글쎄올시다.(*하기 이미지: 챗지피티 제공)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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