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럼에도 브랜드가 해야 할 것들

7월8일 권민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님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을 옮겨 왔습니다.

고객 경험, 고객 커뮤니티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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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신사역 가로수길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와 가로수길을 걸었다.

대부분의 상가에 '임대문의'라는 빨강 노랑 깃발이 붙어 있었다. 애플 매장 안에는 손님이 더러 있었지만 길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열 명 남짓한 외국인을 이끄는 한국인 안내자가 눈에 띄었다. 상가가 텅 빈 이런 곳을 외국인들이 왜 구경하러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마치 군중 엑스트라와 촬영 스텝들이 모두 빠져나간 빈 촬영장을 구경하듯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불황인가. 아니면 젠트리피케이(gentrification)의 현장인가.

그런데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동네 상가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호황이지만 삶은 불황이다.

불황을 이겨내는 전략은 더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실패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불황이 오면 소비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소비의 방향을 바꾼다.


"갖고 싶다"에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로,

그래서 불황의 전략은 가격 인하가 아니라 신뢰의 증명이어야 한다.


불황기에 가장 위험한 전략은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말은 호황기에는 통할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 고객은 더 예민해지고, 더 오래 비교하고, 더 깊이 확인한다.


이때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불안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낮추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원산지, 가격의 이유, 품질 기준, 교환과 환불, A/S, 사용 후 관리까지 숨기지 않아야 한다. 불황의 고객은 좋은 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결과를 찾는다.


불황이 오면 기업은 광고비부터 줄인다. 그러나 더 치명적인 것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줄이는 일이다. 고객 경험은 광고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전화 한 통, 배송 문자 하나, 매장 직원의 말투,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에서 생긴다.


브랜드는 밖으로 외치는 목소리보다 안에서 반복되는 태도로 기억된다. 불황기에는 모든 직원이 브랜드의 최전선이다. 광고가 줄어든 자리에서 직원의 말과 행동이 브랜드를 대신한다.


그래서 불황기에는 고객을 소비자가 아니라 생활자로 보아야 한다. 소비자는 싸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생활자는 싸다고만 사지 않는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삶의 질서에 맞는 것을 산다.


불황기의 고객은 단지 돈을 아끼려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한 선택으로 자신의 삶이 더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구매하라"보다 "함께 버티자"는 언어가 필요하다.


리페어 데이, 리필 스테이션, 멤버십, 고객 참여형 개선,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다. 고객에게 "이 브랜드는 나를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는 감각을 주는 장치다.


image.png위 내용을 바탕으로 제미나이를 통해 만든 이미지


불황은 강자가 동면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때 작은 브랜드는 더 싸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다시 정의할 수 있다. 기존의 규칙 안에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을 덜 두려워하도록 새로운 기준을 제안해야 한다.


화장품은 비싸야 믿을 수 있다는 규칙을 다이소 뷰티가 흔들었듯, 불황은 기존 카테고리의 기준을 다시 쓰는 브랜드에게 기회를 준다.


결국 불황을 견디는 브랜드는 많이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 흔들리는 시대에 고객의 선택을 덜 흔들리게 만드는 브랜드다.


불황은 브랜드를 죽이는 계절이 아니다. 브랜드의 뼈를 드러내는 계절이다. 그 뼈가 가격이면 더 싼 가격 앞에서 무너진다. 그 뼈가 유행이면 다음 유행 앞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그 뼈가 철학, 약속, 일관성으로 되어 있다면 브랜드는 불황을 견딘다.


그리고 불황이 지나간 뒤, 고객은 그때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준 브랜드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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