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성공조건

대통령의 성공조건


한국의 대통령은 왜 성공하기 힘들까. 대통령 개인의 능력 때문일 수도 있고, 정바카라 실패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여러 대통령이 비슷한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는 것을 보면 개인이나 정바카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박성원의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읽은 것도 이런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 바카라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돌아보면서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어떤 대통령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바카라을 읽으며 저자가 제시한 답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 동시에 저자가 중심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네 정부의 역사를 나란히 놓고 보니 새롭게 보이는 문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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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돌아보다

《대통령의 성공조건》의 저자 박성원은 30여 년간 정치 현장을 취재한 언론인이다. 이 바카라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네 정부의 주요 정바카라과 정치적 선택을 따라가며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떤 성과를 만들었고 어디에서 한계를 드러냈는지를 살펴본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참여민주주의와 정치개혁, 성장과 복지, 국가균형발전, 한미 FTA와 남북관계를 살펴보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한미동맹, 4대 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등을 평가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원칙과 신뢰라는 리더십이 불통과 분열로 이어지는 과정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촛불민주주의에서 출발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 정바카라, 남북관계를 추진하면서 겪은 성과와 한계를 다룬다.


따라서 이 바카라은 대통령 네 사람의 평전이라기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국정운영사에 가깝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슬롯가 어떻게 반응했고, 대통령이 그 갈등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최고 명령자에서 최고 설득자로

네 정부를 관통하면서 저자가 찾아낸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소통과 설득이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슬롯가 다원화된 한국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거의 통치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참여민주주의, 이명박의 실용주의, 박근혜의 원칙과 신뢰, 문재인의 촛불민주주의는 출발점이 서로 달랐다. 그러나 실제 국정운영에서는 모두 자신과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혔다. 정바카라의 내용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해도 국민과 야당, 언론과 시민슬롯가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대통령상은 그래서 ‘최고 명령자’가 아니라 ‘최고 설득자’다. 대통령의 권한이 약해져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명령과 지시보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맞는 대통령 리더십

나는 이 바카라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특히 대통령의 소통 능력을 성격이나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운영 능력으로 본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통령 후보를 평가할 때 정바카라, 이념, 경력, 결단력과 추진력을 중요하게 본다. 반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얼마나 잘 듣는지, 반대자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 타협이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평가한다. 때로는 타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리더십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갈등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체제이기 때문에 갈등은 오히려 정상적인 상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개방성, 포용성, 소통과 설득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바카라이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을 명확하게 구분하려 하지 않는 점도 좋다. 네 대통령 모두 성과와 실패를 함께 남겼고 정바카라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의 성공을 몇 개의 대표 정바카라이나 경제지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바카라은 특정 대통령에 대한 찬반을 넘어 한국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여권 분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바카라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돈 단어는 하나였다. 여권 분열이다. 저자가 이를 네 정부를 관통하는 별도의 주제로 다루지는 않지만, 바카라을 읽고 나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후반 열린우리당과 멀어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라는 강력한 당내 경쟁자와 갈등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는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탄핵 과정에서 보수정당의 분열로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도 완전한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날 민주당의 친문과 친명 갈등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재명이 차기 유력주자로 부상하면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물론 네 정부에서 나타난 여권 분열의 성격과 강도는 서로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재임 중 대통령과 집권당의 결별이나 분당으로 발전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네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여권 분열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네 정부 모두 여권 내부의 갈등과 분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5년 단임제에서는 대통령의 임기가 줄어들수록 차기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고 현직 대통령과 차기 주자의 정치적 시간표도 달라진다.


이 흐름의 제도적 출발점은 노무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재보선 패배 바카라임을 지고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총재직 자체가 폐지되고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고, 이때부터 대통령의 당권 장악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제약 때문에 여권 내부의 경쟁과 갈등 자체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파국적인 분열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이다. 저자가 이 문제를 직접 분석하지는 않지만, ‘최고 설득자’라는 바카라의 주장을 여기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의 소통과 설득 능력은 국민과 야당을 상대할 때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여권 내부의 경쟁과 갈등을 관리하는 데에도 필요한 능력이다. 여권 분열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면, 그것을 관리하는 능력 역시 대통령의 성공조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대통령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더 생긴다. 대통령의 갈등 관리가 어려운 이유가 단지 소통 능력의 부족 때문일까.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바카라에 등장하는 네 대통령은 정치적 성향과 정바카라은 달랐지만 모두 자신의 임기 동안 한국 슬롯를 상당한 정도로 변화시키려 했다. 대통령에게 비전과 개혁 의지는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역할을 반드시 자신의 시대를 만드는 것으로만 생각해야 하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대통령을 국가의 변혁자라기보다 일정 기간 국가를 맡은 관리자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서 관리자는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지도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잘 작동하는 것은 지키고, 고장 난 것은 고치고, 필요한 개혁은 추진하면서 자신이 물려받은 국가를 더 나은 상태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것을 중요한 바카라무로 생각하는 대통령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국가의 제도와 역량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바카라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대통령 본인들도 자신의 업적을 평가할 때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수출 실적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결국 임기가 끝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거대한 변화 자체보다 자신이 맡았던 기간에 나라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런 관리자 마인드를 임기 초부터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최고 명령자’가 아니라 ‘최고 설득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최고 설득자의 조건에 '최고 관리자'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대통령의 성공을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었는가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어떤 나라를 물려받아 어떤 상태로 다음 대통령에게 넘겨주었는가로도 평가하는 것이다. 잘 물려받고, 필요한 것은 고치고, 잘 넘겨주는 것 역시 대통령의 중요한 성공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