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함창 명주정원의 실험

상주 함창 명주정원의 실험


이번 상주권 답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상주시 함창읍 오동리에 위치한 함창명주 메이커 스페이스(The Silk House)였습니다. 운영사는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 아워시선으로, 함창명주단지 인근에서 카페 명주정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함창명주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시그너처는 함창명주 패션 브랜드 '몽잠'입니다. 섬유작가들과 협업해 전통 명주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함창명주의 가장 큰 가능성은 아름다움에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2025년 4월 초연된 국립무용단의 신작 〈미인〉입니다. 공연을 앞두고 보그 코리아는 '보그가 기록한 현대판 미인도'라는 제목의 화보를 공개했는데, 무용수들은 함창명주를 활용해 제작한 의상을 입고 전통춤을 선보였습니다. 전통 소재를 보존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소재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함창명주 리브랜딩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창명주와 같은 전통 자산이 저절로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정부는 전통 자산이나 특산물을 농산물이나 공산품 중심으로 지원합니다. 반면 지역 자원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브랜드로 육성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명주, 인견, 모시, 대마와 같은 전통 섬유는 생산자를 지원하는 제도는 있지만, 이를 새로운 브랜드로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사업화할 창작자를 육성하는 제도는 거의 없습니다.



명주정원 메이커 스페이스는 바로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실험입니다. 현재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첫째,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는 작가들의 공동 작업실입니다. 재봉틀과 컴퓨터 자수기 등 전문 장비를 갖추고 섬유작가들이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갑니다.


둘째, 지역 주민을 위한 창작 교육 공간입니다. '짜투리 사피언스'라는 이름의 바느질 워크숍을 운영해 일반 주민과 이주여성이 함께 참여합니다. 버려지는 명주 자투리 원단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패치워크 동화바카라을 제작하거나 플리마켓 판매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바느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새로운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창작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공간이 전국의 지역 특산지에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인삼 산지에서는 인삼 브랜드 크리에이터를, 사과 산지에는 사과 브랜드 크리에이터를, 차 산지에는 차 브랜드 크리에이터를, 도자기 산지에는 도자기 브랜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가 필요합니다.


지역의 미래 경쟁력은 특산물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그 특산물을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는 창작자를 얼마나 많이 키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는 바로 그 창작자가 브랜드를 만들고, 다시 기업가로 성장하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