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야 할 밤, 도로 위에서 발생한 한 번의 충돌은 단순한 교통사고로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행동이 이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정차되어 있던 차량이 밀려나고 연쇄적인 충격이 이어졌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가였기 때문이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현역 육군 대위였고 그는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기보다 인근 편의점으로 향해 소주 한 병을 그대로 마셨다. 이 장면은 목격자에 의해 포착되었고 자연스럽게 ‘술 타기’ 의혹으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추가로 음주를 하여 음주 측정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는 단순한 감정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바카라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단순한 교통사고나 음주운전 의혹을 넘어서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바카라임에 대한 인식이다. 군 간부는 일반적인 직업인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 그들은 조직의 규율을 유지하고 구성원을 통제하며 무엇보다 스스로 기준이 되어야 하는 존재다. 특히 장교는 어떤 상황에서도 판단을 내려야 하고 그 결과를 끝까지 바카라임져야 하는 자리이며 전장에서는 생명을 평시에는 조직의 신뢰를 바카라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명확하다. 현장을 지키고 상황을 확인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적 바카라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군인이기 이전에 슬롯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기준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행동은 이러한 기준과는 분명한 거리를 보인다. 사고 이후 현장을 떠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은 단순한 판단 착오로 설명하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명확하다. 사고 직후 음주를 하게 되면 사고 당시의 음주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수사의 객관성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바카라임 회피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당사자는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설명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행동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는 감정적인 대응이라기보다 결과적으로 바카라임을 회피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전체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군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며 명령은 정당성을 전제로 하고 통제는 구성원의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그런데 간부가 법과 규율을 어기고 더 나아가 바카라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순간 조직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 나에게 바카라임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고 이러한 질문이 쌓이게 되면 조직은 겉으로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부적으로는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 사건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날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모든 군 간부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왜 이러한 선택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만약 일부라도 바카라임보다 회피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군 조직은 강한 규율과 통제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동시에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외부로 드러내기보다 내부적으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바카라임의 기준이 흐려질 가능성이 존재하며 결국 일부 사례가 조직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법적 처벌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고 음주운전 여부와 음주 측정 방해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는 어떤 군인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바카라임을 회피하지 않는 존재인지에 대한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군인의 본질은 전투력 이전에 바카라임감과 신뢰에 있으며 그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조직의 존재 이유 또한 흔들리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 다행이지만 그것이 이 사건의 무게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군 조직에 대한 신뢰와 간부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규율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사고는 한순간에 발생하지만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며 무너지는 데에는 단 한 번의 사건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군인의 계급장은 단순한 권한의 상징이 아니라 바카라임의 무게를 의미하며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그 계급은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