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특별한 결혼식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by현월안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누군가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정장을 갖춰 입고 예식장으로 향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고 돌아온다. 축복의 자리는 분명하지만, 어느새 결혼식은 익숙한 형식 속에 갇혀 버린 행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참석한 지인의 아들 결혼식은 좀 많이 달랐다. 성혼선언문이 낭독되고, 축사가 이어지고,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모습까지는 보통의 예식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신랑의 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신랑 아버지는 하객들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오늘 귀한 걸음 해주신 여러분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잠시 뒤 예식장 문이 열리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들어섰다. 스무 명 남짓한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았고, 성악가 다섯 명이 뒤를 이었다. 순간 식장은 예식장이 아니라 작은 공연장이 되었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의례적인 박수 대신 기대와 호기심이 번졌다.



첫 음이 울리는 순간, 공간의 공기가 달라졌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장엄하게 흘렀고, 사랑의 묘약의 경쾌한 선율은 사람들의 표정을 환하게 만들었다. 첼로 독주곡 '재클린의 눈물'이 시작되자 식장은 깊고 따뜻한 감정으로 가라앉았다. 활 끝에서 떨리는 음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듯했다.



결혼식장은 축하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그러나 그날 그곳은 단순히 축하를 전하는 장소를 너머, 귀하고도 아름다움을 나누는 자리로 변했다. 누군가의 출발을 축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예식 동안 지루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이내믹하고 사랑스러운 선율이 식장을 꽉 채웠다. 모두가 음악회 객석의 관객처럼 집중했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얼굴마다 만족감이 번졌다. 누군가는 뜻밖의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신랑 아버지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 제대로 모시지 못한 분들께 자식 결혼을 핑계 삼아 마음의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자식의 결혼식은 대개 부모가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 날로 여겨진다. 음식과 답례품과 예식의 규모와 체면을 고민한다. 그러나 그날 신랑 아버지는 체면보다 마음을 택했다. 보여 주기 위한 화려함보다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쁨으로 준비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품격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누느냐에서 드러난다. 쉽게 할 수 없는 귀한 일을 그날 신랑 아버지는 음악으로 하객들에게 선물을 했다. 축하를 하는 날에 오히려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흔히 경사가 있는 날 주인공만을 바라보게 된다. 신랑과 신부, 양가 부모, 가족들. 그러나 그 자리에 와 준 사람들 또한 삶의 시간을 내어 축복을 보태러 온 사람들이다. 먼 길을 달려오고, 바쁜 일정을 조정하고, 정성을 담아 참석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예술로 표현한 그 결혼식은 정말 특별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서로 다른 습관과 성격, 기억과 상처가 한 지붕 아래에서 새로운 화음을 배워 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결혼식에서 울려 퍼진 오케스트라의 합주는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상징인지도 모른다. 바이올린이 제 소리만 고집하면 음악은 깨진다. 첼로가 혼자 앞서가도 조화는 무너진다. 서로의 음을 듣고 물러설 때 물러서고, 나설 때 나서며 하나의 선율을 완성한다. 부부의 삶도 그렇다.



세상에는 값비싼 결혼식이 많다. 화려한 꽃장식과 유명 셰프의 음식과 또 눈부신 조명과 장식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음의 온도다. 누군가와 함께 웃었던 순간들, 예상치 못한 감동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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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예식장을 나오면서, 결혼식은 두 사람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지만, 혼주의 품격이 드러나는 시간 같아서 얼마나 흡족하던지. 그리고 그 귀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은 잔상이 되어 자꾸 귓전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