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산다는 것
물 묻은 도시락 통을 마른행주로 닦아내고
수저를 챙겨 등원 가방에 넣는 일이
어제 사온 전복을 손질하여
은근한 불 앞에서 죽을 끓이는 일이
그 죽을 맛있다며
두 그릇이나 먹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이
친정아버지가 죽을 좋아하시지
남은 죽을 밀폐용기에 담는 일이
참으로 고맙고 눈물 나는 때가 있더라.
그 일상적인 행위가 얼마나 감사한지
죽음 앞에 서본 사람은 망각하지 않는다.
Y 남편의 장례식장을 마지막으로 Y를 다시 보는 데 2년 반이 걸렸다. 안부를 묻는 짧은 메시지가 오간 적은 있지만,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은 10년이 훌쩍 넘어 있었다.
Y가 첫 전시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야말로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오전에 시간 돼? 전시회도 볼 겸, 얼굴 보고 싶어서.
곧 전화가 왔다. 어제도 봤던 사이처럼, 반가운 목소리였다. 만날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고, 카톡에 공유 메시지가 떴다.
Y는 참 예쁜 동생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Y는 미리 준비한 엽서를 건네며 맑은 눈으로 웃었다. 팔랑거리는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있었다.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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