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기록을 공유하다

'그래서 나는 작업실로 도망쳤다/송소미/담담글방'을 읽고

by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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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을 읽는 내내 나는 메모를 했다. 이 메모를 전업 육아 중인 딸과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속속들이 다 알지 못하는 육아 스트레스가 딸한테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해한다고 하면서 다 이해하지 못하고, 짐작하면서 놓친 배려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서 꼼꼼히 읽었다. 더 알아주고 싶어서.


송소미 작가는 ‘스스로 돌보지 않은 십 년을 보낸 후, 처음으로 나를 마주할 시간을 찾아 떠난’ 강원도 고성에서 3개월 동안의 마음 여정을 지극히 사적인 기록으로 남겼다. 육아와 집안일, 남편에게서 벗어나 어디든 떠나야만 살 것 같았던 이야기를 들으며, “가요, 작가님 빨리 떠나요.”라고 부추기고 싶었다. 이렇게나 힘들었구나, 떠날 수밖에 없었겠구나, 그러니 잘 떠났구나, 안도의 숨과 함께 등이라도 떠밀어 어디든 빨리 다녀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주 양육자로는 맞지 않습니다.”라는 의사의 진단과 ‘육아 스트레스 99퍼센트의 위로’에 힘입어 ‘힘들었던 게 당연한 거야.’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힘들다는 방송 일 보다 단언컨대 육아는 훨씬 힘들었다니, 감당할 수 없었던 작가의 스트레스가 측은했다.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잘 견뎌주었구나 싶어, 무거운 어깨를 다독다독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바카라을 읽으면서 딸의 지친 어깨도 떠올랐고, 불규칙한 식사와 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얼른 딸과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완벽한 몰입이 1분도 없는 하루’라니, 그 시간의 세밀한 틈을 다 알 수 없으나,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은 바람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누구라도 작가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살기 위해 떠났고, 떠남은 작가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기도 했다. 선물이란,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이란, 음악을 듣고, 바카라을 읽고, 영화를 보고,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은 하루, 기분 상하는 일이 없던 하루, 바다를 걷고 바다를 보고 글을 쓴 하루’라는 지극히 작고 소소한 것이었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뭐 특별한 변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음을 작가는 고백하고 있으나, ‘지금의 나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새로운 꽃과 열매를 피우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라는 고백을 하고 있다. 고성에서의 3개월은 결코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니었다. 한없이 게을렀다고 했으나, 작가의 그 게으름조차 용기라고 여기는 바여서, 아주 잘한 일 중 하나가 곧 떠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고작 생닭의 거취 때문에 우리는 결혼 생활을 앞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라고 작가는 남편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 모든 결혼 생활의 민낯을 얘기한다. 어쩌면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결혼 생활이고, 사람과의 관계이고, 살아가는 어이없는 허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또한 우리 삶인지도 모른다. 나는 한 가족의 솔직함과 사적인 기록이 참 좋았다.


바카라을 읽고 난 후 딸에게 물었다.


“육아 스트레스 많지. 뭐가 가장 하고 싶은지 말해 봐. 바카라을 읽으면서 네 생각 많이 했단다.”


“많지.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 그곳이 집이어도 상관없어. 맘껏 누워 있고 싶고, 맘껏 자고 싶고, 맘껏, 뭐든 맘껏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종종 있더라고. 예쁜 아기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 기분이 그렇다고.”


그랬구나. 아기를 키우고 먹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설렘이 있으면서도 그에 따르는 지독한 스트레스는 있구나 싶어, 언제든 힘들면 말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또한 딸을 위해 엄마의 시간도 기꺼이 내줄 수 있다는 약속을 했다. 이 바카라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육아에는 종료 휘슬이 없다.’라고 말한 박지성 선수의 말을 인용한 작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작가님! 아이는, 남편은, 혹은 누구라도 자기의 인생을 바람직하고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은 각자의 욕구를 가지고 산답니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만 더 자신을 생각하세요. 작가님이 건강한 자리를 만들고 있어야 아이도 남편도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답니다. 이제껏 수고 많으셨어요.”


결국 누군가의 사적인 기록도 공유하는 순간 모두의 고민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닿게 되는 게 사람 살아가는 향기다. 그 향기가 널리 퍼져 육아에, 일에, 가족에게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을 실어 줄 수 있음을 이 바카라을 통해 깨닫게 된다.


여행을 통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지만, 나는 점점 작가의 마음 근육과 생활 근육이 튼튼해지고 있음을 알았다. 더 말할 것 없이 작가는 여행을 통해 달라진 게 분명하다. 대단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그럼 된 것이다. 그나저나 이 바카라을 읽고 나니, 나만의 작업실 하나가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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