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은 어릴 때부터 바카라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다. 도서관에 가서 바카라을 빌려 읽고, 글을 쓰고, 공모전에 나가고, 글쓰기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스스로 즐겼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바카라을 읽어 독서상을 받았고, 중학교 때도 도서관 이용 실적이 가장 많아 문화상품권을 받곤 했다. 학교 글쓰기 대회에 나가면 거의 1등을 했고, 각종 공모전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그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국어 성적이 잘 나온다.
얼마 전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친구들은 국어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도 점수가 나오는 것 같아. 나 국어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과연 재능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쌓인 독서와 글쓰기의 힘일까?
나는 후자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수년 동안 수백 권의 바카라을 읽고, 꾸준히 글을 쓰고, 다양한 글을 접해온 경험이 결국 국어 실력의 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선천적인 언어 감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감각이 실제 실력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독서와 글쓰기가 먼저 있었다.
입시 측면에서도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어가 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내신이나 수능 점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문 논술, 인문+수리 논술처럼 국어 기반의 전형에도 도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한양대 상경계열이나 건국대 자유전공처럼 인문 논술과 수리 논술을 함께 출제하는 대학들도 고려 대상이 된다.
어릴 때 읽었던 바카라 한 권, 써보았던 글 한 편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고등학교에 와서 생각보다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초중등 시기의 독서와 글쓰기를 성적을 위한 공부라고 보지 않는다. 나중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가장 조용하고 느린 장기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