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연필 주세요! “
“네가 쓸 연필을 왜 선생님에게 달라고 하죠? 본인이 직접 가져가세요.”
우리 공부방에서 가장 어려서 언니 오빠들에게 사랑도 듬뿍 받고 있는 막내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매일매일 해 내야 하는 학습량을 잘해 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기특한 모습이 이쁜 녀석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에게 엄하게 대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오늘 사건의 발단이 되는 상황은 이런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의 경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기가 사용할 연필을 스스로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내가 몇 번 먼저 챙겨서 전달해 주었다. 조그마한 몸으로 의자에 내려와 왔다 갔다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공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아 ‘그냥 내가 빨리 주고 말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었고 그것에 익숙해진 아이가 내게 오늘 너무나도 당연하게 연필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아, 내가 그동안 이 아이가 힘들더라도 스스로 연필을 가져가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굳이 상대가 원하지 않는 호의를 베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나는 자주 그런 사람이었다. 어떨 때는 내 호의가 상대방에게 꼭 필요해서 감사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내가 너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주지’라고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상대가 요구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어떤 호의를 계속 베풀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가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때가 오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길들여진다. 그리고 그 호의가 사라지면 이런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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