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버킷 한 통을 내려놓고 곧바로 드라이버를 꺼내 드는 사람. 스트레칭도 없이, 그립 확인도 없이, 어드레스 점검도 없이. 첫 번째 공부터 풀스윙이다. 열 번을 치고, 스무 번을 치고, 땀이 날 때쯤 되어서야 "오늘은 왜 이렇게 안 맞지?"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벤 호건이 그 장면을 보았다면 조용히 한마디 했을 것이다.
"그립부터 다시 잡으십시오."
호건은 스윙을 건축물에 비유했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도가 있어도, 기초가 잘못된 건물은 반드시 무너진다. 그리고 골프 스윙의 기초 중 기초, 가장 먼저 놓아야 할 초석은 바로 그립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골퍼의 몸과 클럽이 만나는 접점은 오직 두 손뿐이다. 어깨가 아무리 정확하게 회전해도, 하체가 아무리 완벽하게 리드해도, 그 힘이 클럽 페이스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두 손이 클럽을 어떻게 쥐느냐가 곧 볼의 방향과 구질을 결정한다. 그립은 스윙의 결과를 예약하는 행위다.
호건이 강조한 왼손 그립의 핵심은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이다.
많은 초보자들이 클럽을 손바닥 깊숙이 쥔다. 안정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쥔 그립은 손목의 자연스러운 회전을 막는다. 호건은 클럽 그립 끝이 왼손 검지 첫째 마디에서 새끼손가락 아래 두툼한 살 부분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도록 잡으라고 했다. 이렇게 쥐면 손목이 유연하게 코킹되고, 임팩트에서 자연스러운 릴리스가 가능해진다.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만들어지는 V자. 이 V자가 오른쪽 어깨를 가리킬 때, 그립은 비로소 '뉴트럴'의 영역에 들어선다. 이 V자가 턱 쪽을 향하면 그립이 지나치게 약해져 슬라이스를 부르고, 오른쪽 어깨 너머를 향하면 지나치게 강해져 훅을 유발한다. 볼이 자꾸 오른쪽으로 휜다면, 스윙을 고치기 전에 이 V자의 방향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오른손은 왼손을 지원하는 손이다. 호건은 오른손이 스윙을 지배하려는 본능을 경계하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오른손이 무의식적으로 클럽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버린다. 이것이 미스샷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오른손은 왼손 검지에 새끼손가락을 얹는 오버래핑 방식으로, 손가락 가운데 두 마디로 가볍게 감싸듯 쥔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의 V자 역시 왼손과 나란히 오른쪽 어깨를 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강하게 쥐어야 할까.
호건은 이렇게 말했다. "새를 손에 쥐듯이. 날아가지 않을 만큼은 잡되, 죽이지 않을 만큼은 놓아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강한 그립은 팔과 어깨에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고, 스윙 전체를 경직시킨다. 힘은 임팩트 순간에 집중되어야지, 어드레스부터 손에 가득 들어 있어선 안 된다.
그립 압력의 분배도 중요하다. 호건은 왼손의 압력이 새끼손가락 쪽 세 손가락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엄지와 검지의 힘을 빼면, 손목이 훨씬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직접 느껴보면 안다. 반면 오른손은 가운데 두 손가락이 클럽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호건이 『파이브 레슨즈』에서 그립 챕터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그립을 수백 번 수정하고 다듬었다.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끝없는 점검과 교정으로 완성한 스윙이었다.
다음번 연습장에 가기 전, 한 가지만 먼저 해보자. 클럽을 꺼내기 전에 거울 앞에 서서, 아무것도 없는 빈 손으로 그립을 만들어 본다. 두 손의 V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손가락이 클럽을 쥐고 있는지 손바닥이 쥐고 있는지, 어깨와 팔에 긴장이 없는지.
스윙은 클럽을 휘두르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다음 회: 3회 — 스탠스와 어드레스, 몸이 만드는 첫 번째 정답 (벤 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