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멈춘 자리에서
집필 중이었다.
모니터 앞에 앉아 한참 문장과 씨름하던 밤,
핸드폰이 울렸다.
여자친구였다. 친구들과 술자리 중이라고.
그리고 물어왔다. 사랑이 뭐냐고.
나는 잠깐 손을 멈췄다.
거창한 말이 먼저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졌다.
대신 아주 작은 장면들만 남았다.
작업하다가 손이 문득 멈추는 순간.
아무 이유 없이 그 사람 생각이 나서.
뭐 먹었나, 오늘 힘들진 않나.
별거 아닌 것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어떤 철학자는 사랑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엔 좀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맞는 것 같았다.
우리는 소중한 것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니까.
억지로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것.
그 사람 옆에 있으면 하던 일도 손에 안 잡힌다.
예전엔 그게 좀 불편했는데,
요즘은 그냥 둔다.
어차피 집중이 안 되는 거, 그 사람한테 집중하면 되니까.
지금도 그랬다.
쓰다 말고 한참을 생각했다.
뭐라고 답할까.
사랑은 아마 그런 것 같다.
대단한 선언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별 이유 없이 떠오르는 것.
그리고 그게 싫지 않은 것.
결국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자기가 좋아.
말하고 나서 좀 웃겼다.
그렇게 길게 생각했는데 결론은 여섯 글자라니.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까 막혀 있던 문장이
왠지 더 잘 써질 것 같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