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
실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바다낚시를 즐기며 늘 바다와 함께했던 세월이 적지 않건만, 편안한 일상에 빠져 애인과도 같았던 바다를 잊은 지 오래였다.
오늘, 문득 바다를 찾았다.
오늘은 푸른 바다보다도 더 푸른 하늘이 나를 먼저 반겼다.
내항에 정박해 둔 보트 위로 펼쳐진 구름들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여기는 지구, 드넓은 우주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하늘 풍경을 가진 행성이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희귀하고 소중한 것은 과연 무엇일지 문득 생각해 보았다.
'금?'
금은 무거워서 주로 맨틀과 외핵, 내핵에 들어가 있는데 이를 모두 꺼낸다면 50cm 두께로 지구를 덮을 수 있다. 반면에 지구를 뒤덮은 나무들을 금과 같이 지구 표면을 덮는다면 불과 1m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나무들이 실상 금보다도 더 귀하고 귀한 존재인 것이다. 더구나 우주로 확장한다면, 나무는 우주에서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특별한 존재이지만 금은 나무에 비한다면 우주에 널리고 널린 흔한 원소다. 우리는 우리 가까이에 있어 그 존재의 귀함과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엉뚱한 것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결국 가장 소중한 건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밥로스를 닮은 조물주가 하늘에 커다란 붓으로 구름을 그려놓은 듯하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 관측 가능한 우주는 무려 465억 광년이다. 그 광활한 우주에서 오늘, 이런 멋진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선택받은 특별한 지구에서 만나는 사소한 푸른 하늘에서 나는 크나큰 행복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만약 성간천체를 여행하는 외계의 존재가 있다면 부디 이 아름다운 지구에 들러 멋진 하늘을 꼭 보기를 바란다.
낚시를 해볼까 살짝 고민을 했다. 요즘은 무늬오징어가 나오는 본 시즌이므로...
문득 시조 한수가 떠올랐다.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강호한정(江湖閑情),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물씬 느껴지는 만고의 절창이다.
고기 대신 더 멋진 달빛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물욕 없는 삶도 나름 멋들어지겠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결과물을 선호하는 세속적인 나는, 높은 확률로 꽝을 칠듯 해 오늘만큼 낚시는 참기로 했다.
구름 사이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마치 준엄한 신의 계시가 천사들의 나팔 소리와 함께 지상에 강림하는 듯하다. 난 자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일까?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일까?
지금까지 한참 거창하고도 고상한 잡소리를 떠들어댔다. 하지만 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 보다는 배부른 돼지를 선택하는 가련하고도 무지몽매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다.
가까운 회센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급 태세전환 무엇?)
최대한 현지인스럽게, 능청스럽게 한마디 질러보았다.
"아지매요, 오늘은 오징어 얼마인교?"
아지매 왈 "한 마리 만 원이니더"란다. "왜케 비쌉니껴?"라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3마리를 떠서 가져왔다.
탱탱 쫄깃, 오징어회를 씹으며 소주 1병과 함께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해 본다. 오늘은 조회수가 얼마나 되었는지, 라이킷은 누가 눌렀는지, 댓글은 누가 달았는지 확인하며 토요일 저녁, 지극히 평온하고 인간적인 일상을 반복한다.
p.s : 오늘은 하늘과 구름이 너무나 아름다워,
이례적으로 온라인카지노북에도 속하지 않은 개뻘글 하나 올려보았습니다.
모쪼록 아름다운 지구에서, 모두 즐겁고 편안한 토요일 밤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