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근육 키우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면, 제 마음은 상대를 향해 한없이 기울었습니다.
부탁받지 않아도 그의 빈 시간을 먼저 살폈고, 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저를 맞춰 넣었습니다. 제 하루가 유난히 고단했던 날에도, 위로를 바라기보다 그의 기분을 먼저 헤아렸습니다. 그를 외롭게 하기보다 잠을 미루는 게 낫다고 믿었고, 제 취향쯤은 혼자 있는 시간에 달래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마음이 비지 않도록 채우는 일, 그게 사랑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했고, 더 맞췄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려 했고, 대화의 결도 감정의 속도도 그에게 맞추려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래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더 내어줬습니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아껴주고 싶은 마음에.
그러다 보니 제가 원하지 않는 일에도 상대의 요구가 이어질 때면 괜한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그에 못 이겨 들어주고 나면 자괴감에 휘청거리곤 했습니다.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계속 다독여 보았지만, 긴 시일을 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은 더는 물러날 곳도 없을 만큼 뒤로 밀려났으며, 정작 제가 머물 자리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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