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읽는 시간은 인생살이를 위한 호흡 시간이다

by박은석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붙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바카라을 쓴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하였다.

나의 삶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꼭 수용소 생활을 겪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 비슷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서들은 한결같이 꿈이 있다면 어떠한 역경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연하고 추상적인 ‘꿈’을 들이대지 말고 실제로 우리가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시시각각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오는 상황에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우리에게 묻는 바카라이 있다.

메리 앤 섀퍼가 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이 바카라은 2차세계대전 말기에 영국령 건지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가난한 섬사람으로 살아가던 그들에게 어느 날 독일군이 들이닥쳤다.

일상이 통제를 받고 키우던 돼지들도 빼앗기고 식량은 배급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건지섬 사람들은 꼼수를 부려서 돼지고기를 몰래 숨겨두었다가 어느 날 이웃들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하지만 분위기 좋게 식사 모임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만 독일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통금시간을 어긴 것이다.

처벌은 가혹할 것이다.


그때 한 여인이 기지를 발휘했다.

자신들은 독서토론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데 좀 늦었다고 말이다.

더군다나 그날의 독서토론회는 독일식 정원을 찬미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독일군 지휘관이 그러면 나중에 그 독서토론회에 직접 방문하겠다고 하자 섬사람들은 졸지에 바카라을 읽어야만 했다.




전쟁이 끝난 후 잘나가는 여류작가가 우연히 이 건지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바카라으로 써보려고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건지섬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바카라 읽는 시간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학교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무식하다고? 바카라을 읽으면 된다.

인생의 낙을 술 마시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바카라 속에서 더 큰 즐거움들을 찾을 수 있다.

신앙심이 없었던 사람은 신앙을 알게 되었고, 고대의 사상가들과 세계적인 작품들을 읽으면서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과 희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상황 속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바라보며 즐거운 웃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흔히 바카라 속에 인생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 바카라을 읽어보면 저절로 그 말을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 힘든 시대이다.

여유를 가지는 것은 사치처럼 여겨진다.

한가하게 바카라이나 붙잡고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이라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더 불안하니까 몸이라도 움직이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바카라을 읽어야 한다.

바카라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깨닫고 역경에 대처하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바카라 읽는 시간은 결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가장 창조적인 일을 하는 시간이다.

색소폰의 거장 케니 G의 공연 중에 호흡 한 번 하고 길게 색소폰 음을 내뿜는 장면이 있다.

호흡 한 번 잘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호흡을 잘못하면 5초도 못 버틴다.

바카라 읽는 시간은 인생살이를 위해 호흡하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었다고 하니 언제 날 잡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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