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삶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의 지분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상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늦잠을 즐기는 사람, 특히 아침잠이 많은 사람의 호소를 자주 들어왔기에 적당히 7시에 눈이 떠지는 몸의 리듬이 불면증을 멀리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7시니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가마솥지옥을 거쳐온 올여름, 나는 강제로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했다. 반려견 모카의 산바카라 때문이었다.
7시에 일어나 산바카라하러 나가는 루틴이 나쁘지 않았는데 슬슬 더워지고, 뜨거워지고, 습해지고….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릴 때쯤 7시 기상을 포기했다. 1시간 당겨 일어난다고 무슨 차이겠냐고 할 수 있지만, 차이가 꽤 컸다. 이불에 딱 붙은 몸. 몸과 머리가 분리된 듯한 몽롱함. 힘든 건 나뿐이다. 남편은 애초에 6시에 일어나 운동을 가는 사람이고, 모카는 7시에 일어나는 나를 인내하며 기다리는 존재다.
극심한 더위가 몰려오기 전, 심한 더위 단계에서 산바카라을 마치기 위해 6시에 일어난다. 머리를 감고 말리고 옷을 챙겨 입으면 시간이 훌쩍 가버리기에 모자를 눌러쓰고 선크림을 대강 바르고 모카와 리드줄을 연결하고 그냥 나가버린다. 6시 10분쯤 집에서 출발해도 뜨거운 공기가 훅, 하고 폐로 밀려든다.
이렇게 나와 모카의 아침산바카라이 시작되면 분주해지는 존재가 있다. 조성된 지 30년 넘은 옛 신도시의 흔적, 키가 아주 큰 가로수들이 부업을 시작한다. 가로수의 부업은 바로 자외선 차단. 땡볕과 맹더위의 조합, 그늘과 맹더위의 조합. 둘 중 생명을 부지하는 건 후자다. 가로수들은 커다란 키와 널찍한 잎사귀를 빽빽하게 흩날리며 나와 모카의 산바카라길에 그늘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현관문을 열고 출발한 즉시 그들의 통신이 시작된다.
‘도란과 모카 출발, 자외선 차단을 실시한다!’
가로수 덕분에 순조로운 아침 산바카라이 시작된다. 또 가로수에는 음향팀이 상주하고 있다. 여름철에만 일하는 음향팀은 매미다.
‘매미음향팀, 스탠바이!’
신호와 함께 아침부터 매미가 찰찰거리며 큰소리를 친다. 예전에는 그 소리가 참 시끄럽고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시원하게 들리기도 하는 걸 보면 내 안에서 뭔가 변하긴 한 모양이다. 가마솥 열기 같은 공기의 흐름을 타고 매미의 외침을 들으면 뜨거움의 고통과 청량한 배경음이 교차한다.
이렇게 산바카라을 하는 동안 모카는 흙냄새를 맡고 볼일도 보고, 틈틈이 뒤돌아 ‘엄마가 잘 따라오고 있나’하고 확인도 한다. 은근히 효녀다. 시종일관 웃는 모카 덕분에 산바카라길은 외롭지 않다.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마다 공원에서 운동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은 늘 바지 주머니에 강아지 간식을 넣고 다니시다가 모카를 보면 양손을 벌리고 다가오며 반기신다. 모카를 포함한 마주치는 모든 강아지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그들의 알랑방귀를 받아가는 우리 동네 산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외에도 처음 마주치는 많은 분과 종종 마주치는 많은 분은 모카를 매개 삼아 자주 말을 걸어온다. 외로울 틈이 없다.
모카와의 산바카라은 의무감과 순수한 욕구가 합쳐진 걸음으로 이루어진다. 하루 두 번 산바카라하며 모카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의무감과 함께 나는 그 곁에서 바깥공기를 느끼고 제각각인 사람들의 결을 느끼고 종종 글감을 수집하기도 한다.
행동을 단순하게 할수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정리하기도 쉽다. 오로지 걷고 웃는 산바카라 시간이 그 정답이다. 쉼 없이 팔다리를 움직이며 모카와 발맞추는 동안 가로수가 일을 하고 매미가 배경음을 깔아주고 사람들을 마주치며 내 안에 담긴 것들이 멈춰있을 틈을 주지 않는 것. 아직 우울증 치료 중인 나를 살리는 산바카라 시간이라는 고마운 사실. 다섯 알로 시작한 약이 이제 한 알 반으로 줄어든 건 이 시간이 마법을 발휘한 덕분이라는 확실한 믿음.
집에 돌아오니 이마에 땀방울이 영글어 있다. 인중에서 흐른 땀은 입술 사이로 들어가기도 한다. 기능성 소재의 티셔츠를 입어도 몸에 찰박하게 붙어버리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축축하게 땀에 전 상태로 모카의 발을 닦고 얼음물을 한 잔 만들어 준다.
“모카 행복해?”
실컷 얼음물을 마시고 입이 쫄랑 젖은 모카가 다가와 내게 입을 닦는다. 아주 효녀다.
샤워를 마치고 창밖을 내다본다. 바람에 나무들이 우르르 움직이고 있었다. 생김이 달라서 움직임은 제각각이지만 바람에 맞서는 방향은 같았다. 그건 흡사 바람 앞에 둥근 맨 얼굴을 내밀고 투항하고 모습이었다.
행복에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믿었다. 그건 슬퍼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제라도 행복에는 지분이 있다고 믿고 싶다. 주어진 삶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의 지분이 내게도 얼마쯤 있다고 기대해 본다.
해가 완전히 졌다. 한 번 더 모카와 나를 리드줄로 연결하고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가 퇴근해도 산바카라이 괜찮은 시간. 매미는 야근하는 시간.
나를 살리는 산바카라 시간으로.
*여름에 적어둔 이야기를 가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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